정유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이 마이너스에 머무르고 있어 하반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 확산한 후 정제마진은 반등하더라도 잠깐일 뿐 마이너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8월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0.3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수송비·운영비 등을 뺀 수치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세로 접어들며 지난 6~7월에는 정제마진이 0.1달러 수준으로 잠시 반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7월 셋째 주에 -0.5달러로 돌아선 뒤 7월 넷째 주 -0.3달러, 7월 다섯째 주 -0.1달러를 기록하며 4주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정유업계는 배럴당 4~5달러의 정제마진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문제는 지난해 10월 셋째 주(2.8달러) 이후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도달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정유업체들이 10개월째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유가 급락이 겹치며 정유사들은 상반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내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GS(078930)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정유 4사의 1·4분기 합산 적자는 사상 최대인 4조3,77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3조원)보다 많은 손실을 1분기 만에 본 것이다.
2·4분기에는 국제유가 안정세와 코로나19 개선으로 정유사 실적이 소폭 개선됐으나 정제마진 약세로 3·4분기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정유사 실적부진의 가장 큰 원인인 정제마진 약세가 개선되지 않고 그나마 실적 상승을 견인한 유가도 상승세를 멈췄다”며 “거시경제 악화 탓에 정제마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어려워 3·4분기 실적은 2·4분기보다 악화할 여지가 더 높다”고 말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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