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스는 국내 사무용 가구업계 1위 회사로 평가받습니다. 1980년대 철재 책상과 서랍이 일체형이던 사무용 가구 시장이 컴퓨터 보급에 따른 시스템 사무용 가구 시장으로 바뀌는 시기에 등장했습니다. 이후 적극적인 제품 개발로 현재 1조원 규모 국내 사무용 가구 시장에서 과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퍼시스란 단일 브랜드로 70여개국과 수출도 하고 있습니다.
퍼시스의 이 원동력 중 하나에 대해 가구업계에서는 지식재산권(IP) 경영을 꼽습니다. 적극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IP를 보호하기 위해 투자에 나선 경영을 뜻합니다. 그 결과 퍼시스의 국내외 IP는 300개가 넘습니다. 50여년 부엌가구시장의 한 축을 담당한 에넥스의 IP가 61건인 점을 감안하면, 퍼시스는 IP경영에 ‘올인’했다고까지 볼 수 있죠.
그런데 이 IP 경영의 기조가 바뀌는 것 같습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퍼시스 분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외 IP는 361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1건이나 줄었습니다. 올해치를 보면, 해외는 작년보다 2건 늘린 81건을 기록했지만, 국내가 280건으로 줄어든 탓입니다. 이유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입니다. 비용이 드는 IP 갱신을 포기했거나, 신규 출원을 하지 않은 것이죠. 흥미로운 점은 퍼시스 계열사인 시디즈입니다. 시디즈는 의자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죠. 퍼시스와 달리 올해 국내외 IP건수는 306건으로 작년 285건 21개 늘었습니다.
IP 경영은 기술분쟁과 같은 리스크를 장기적으로 대비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또 다른 면에서 IP 경영은 기업의 현재 역량이 IP에 투자할만한 여력이 있는지, 성장을 기대해도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퍼시스 보다 IP경영에 적극적인 시디즈는 실제로 성장 속도가 더 빠릅니다. 2017년 125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193억원으로 54% 뛰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억원 적자에서 86억 흑자로 전환됐습니다. 반면 퍼시스 매출액은 2019년 3,157억원에서 3,074억원으로 4% 줄고 영업익도 277억원으로 9% 감소했습니다. 두 회사의 엇갈린 IP경영은 5년 후 어떤 결과를 나을까요.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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