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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크기에 압도…'초코파이 70억개' 실리는 배 타보니

■HMM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건조현장

건조율 90%...막바지 작업 한창

갑판 넓이 축구장의 4배 넘어

IMO 대응위해 탈황장치도 장착

코로나 불구 '대선단 전략' 통해

21분기만에 흑자전환 성공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선수. /사진제공=HMM




지난 11일 오후 경남 거제에 있는 삼성중공업 조선소. 안벽(배를 접안하고 작업하는 시설)에서는 도크(dock·땅을 파 만든 선박 건조 시설)에서 기본 공정을 마친 선박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퍼붓는 비와 짙은 안개를 뚫고 솟아오른 배는 선수(船首)에서 선미(船尾)가 보이지를 않는다. 맞은편 안벽에 정박한 9만8,000급 원유상품운반선이 귀여워 보일 정도였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해 9월 인도할 예정인 HMM(011200)(옛 현대상선)의 12번째 초대형 컨테이너선 ‘상트페테르부르크’호다. 유서 깊은 러시아 도시의 이름을 딴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한 번에 2만3,964개(2만4,000TEU급, 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까지 운반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이다. 선박의 길이는 약 400m, 폭은 61m, 높이는 33.2m에 달하며, 갑판의 넓이는 축구장의 4배보다 크다. 배를 수직으로 세우면 높이가 400미터로,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보다 100미터가 더 높다. 133층 높이 아파트에 해당한다. 선박 적재량은 초코파이 기준 70억개를 실을 수 있다. 전 세계 인구가 1개씩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사진제공=HMM


/사진제공=HMM


건조율 90%에 이른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이날 내부 시설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선내에서는 설비 시험을 진행 중이라는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파트 15층 높이인 ‘데크하우스(조타실과 선실이 들어선 건물)’ 꼭대기에 올라서니 거제조선소가 한눈에 들어왔다. 기존 컨테이너선은 데크하우스가 선미쪽에 있었지만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선체의 중간쯤에 있다. 이재곤 삼성중공업 운반선 파트장은 “초대형 선박의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데크하우스를 중간에 놓는 것”이라며 “공간 효율성이 개선되면서 적재량도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HMM 상트페테르부르크 조타실에서 내려다 본 갑판. /사진제공=HMM




초대형 선박을 움직이려면 출력이 강한 엔진을 사용해야 한다. 거대한 풍구들이 오르간처럼 위치한 메인엔진은 높이만 30미터에 이른다. 11개의 거대 피스톤들이 움직이며 최대 22.5kts(41.7㎞/h)의 속력을 낸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탈황장치(스크러버)도 장착돼 있다. 이 배는 IMO의 에너지 효율 기준 대비 50% 이상 개선됐고, 향후 LNG(액화천연가스) 추진선박으로도 교체가 가능한 첨단 기술이 탑재됐다.

HMM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엔진. /사진제공=HMM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발주된 2만4,000TEU 초대형 선박은 대우조선해양에서 7척, 삼성중공업에서 5척이 각각 건조 되었으며 현재 9호선까지 운항을 시작했다. 내년에 1만6,000TEU 8척을 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해 인도받으면 HMM의 초대형선 비율은 40% 이상으로 증가하게 된다. 기존 45만TEU였던 선복량은 내년 87만TEU, 내후년 110만TEU로 늘어난다.

해운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만선이 이어지며 HMM의 대선단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대형선에 화물을 다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일부 우려를 불식한 것이다. HMM은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해운경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초대형컨테이너선 9척을 투입하며 6척을 만선 출항시켰고, 백홀(돌아오는 노선)에서도 이례적으로 3척이 만선을 기록했다. 이는 화주들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HMM 초대형컨테이너선의 경쟁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2만4,000TEU급 초대형선은 현재 유럽 항로 평균 선형인 1만5,000TEU급 선박에 비해 15%가량 운항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원가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HMM은 실적으로도 이같은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HMM은 올 2·4분기에 영업이익 1,38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5년 2분기 이후 21분기만에 적자에서 벗어난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스크러버./사진제공=HMM


HMM이 만선을 기록한 데는 올해 4월부터 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의 힘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얼라이언스는 그간 유럽 노선 초대형컨테이너선 보유량에서 다른 동맹보다 열세였다. 이런 상황에서 HMM의 초대형컨테이너선이 적기에 투입돼 약점을 보완할 수 있었고 HMM은 동맹선사의 선복을 나눠쓰며 실적을 개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HMM의 한 관계자는 “초대형 선박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 세계 8위 선사에 오를 것”이라며 “유럽항로에서 잃어버린 한국 해운업의 경쟁력을 되찾아 해운 재건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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