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400선을 넘어 연중 최고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대형 성장주 중에서도 바이오주와 2차전지주 사이의 주도권 다툼이 나타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바이오·2차전지 부문에서 각각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LG화학(051910)의 주가가 100만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두 섹터 모두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펀더멘털 개선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누가 먼저 ‘주가 100만원’ 고지에 깃발을 꽂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 거래일보다 3만7,000원(4.60%) 상승한 84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 43만3,000원에 비해 1.95배나 오른 것이다. 전일 1조7,000억원을 투입해 25만6,000ℓ 규모의 제4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한 것이 주가 상승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경우 리스크가 반영되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이곤 하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그만큼 수주 자신감이 크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탔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투자는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87만원에서 95만원으로 높여 잡았고 삼성증권은 85만원에서 100만원으로까지 올렸다. 유안타증권도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주가를 108만원으로 높였다. 증권사들이 삼성바이오에 대해 100만원대 목표가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증설을 통해 총 62만ℓ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설비를 보유한 글로벌 최대 CMO 기업의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LG화학 역시 주가가 100만원 가까이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날 삼성증권은 LG화학의 목표주가로 93만원을 제시해 기존보다 33% 높여 잡았다. 조현렬 삼성증권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1·4분기부터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출하량 1위로 등극했다”며 “올해 하반기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외형 성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익 성장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목표주가 제시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달 들어 LG화학의 주가는 30.45%나 상승하면서 단숨에 50만원대에서 70만원대까지 올라갔지만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상승 여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2차전지 대장주’ LG화학은 국내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삼성바이오의 시총은 55조7,771억원, LG화학은 52조3,089억원을 기록해 차이가 3조원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현재 시총 2위를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주가가 시원찮은 흐름을 보이면서 59조원대에 머물고 있어 삼성바이오와 LG화학의 주가가 좀 더 추가 상승할 경우 시총 2위 자리가 바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LG화학 사례는 최근 증권가에서 바이오·2차전지 섹터를 바라보는 관점이 ‘펀더멘털’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최근의 급등세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가령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마찬가지로 대형 바이오주로 꼽히는 셀트리온(068270) 역시 올해 2·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8.14%나 늘어나기도 했다. LG화학이 올해 2·4분기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역대 최대 실적인 영업이익 1,555억원을 기록하면서 2차전지 부문의 펀더멘털 성장 기대감 역시 실제로 입증됐다는 해석이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4분기 어닝 시즌을 거치면서 대형 성장주가 모두 예상 밖의 실적을 거뒀다”며 “실적 상승 속도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오른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래 신산업을 부각하는 기회’라는 것을 성적표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견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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