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50일째 장마가 이어지면서 보험업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가을 덮칠 태풍까지 고려하면 상품별 손해율은 지난해 수준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작물재해보험을 운영하는 NH농협손보에 지난 11일 오후6시까지 접수된 농작물 침수피해 신고 건수는 3만5,206건에 달한다. 피해 면적은 1만2,553㏊에 이른다. 전국에 걸쳐 장기간 장마가 계속되면서 벼·배·복숭아·고추·콩 등 재배 농가에서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경기 이천, 강원 철원 등을 중심으로 벼 피해 신고가 1만7,384건으로 가장 많았다. 충북 단양·충주 등에서는 고추·콩·인삼·사과 재배 농가에서 피해 접수가 6,158건, 경북 성주, 전남 담양에 위치한 원예시설에서 피해 접수가 5,955건 들어왔다.
농작물재해보험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고 NH농협손보가 운영하는 정책보험상품이다. 태풍·가뭄·이상고온 등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해주고 있다. 농식품부와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손해율이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보험금이 지급되는 요인이 다양해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가입자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에 긴 장마까지 겹쳤다”며 “손해평가사를 통해 피해 현황을 조사해봐야 정확한 피해 규모를 알 수 있지만 올해 보험금 지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나스’ ‘링링’ ‘타파’ ‘미탁’ 등 태풍 4개가량이 한반도를 강타했던 지난해 농작물재해보험의 손해율은 186.2%였다. 14일까지 장마가 지속될 경우 올해 장마 기간은 52일로 역대 최장 기간으로 기록되는데다 농업재해보험의 가입 면적 역시 6월 기준으로 이미 지난해 말 수준을 넘어섰다. 올해 손해율이 200%까지도 뛸 수 있는 셈이다.
가뜩이나 높은 손해율이 고민인 자동차보험 역시 이번 장마로 피해가 큰 상품 중 하나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10일까지 접수된 자동차 침수피해액만도 711억원으로 추산된다. 2011년 집중호우 때 993억원, 2003년 태풍 ‘매미’ 때 911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피해 규모다.
이로 인해 최근 감소세였던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이달 다시 증가하는 방향으로 역전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7월 가마감 기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포인트가량 감소한 84.8~86.5%로 집계됐다. 국내 손보사의 한 관계자는 “아직 사고 접수가 끝난 게 아니어서 침수 차량의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며 “가을에 태풍까지 올 경우 손해율은 더 올라갈 수 있어 회사 차원에서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