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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코로나에 웃고 장마에 울었다

한화손보, 전년 比 상반기 당기순이익 397.9% 증가

현대해상·DB손보 등도 상반기 양호한 실적 기록

긴 장마로 차량·농작물 침수로 손해율 증가 전망





손해보험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줄고 병·의원 이용이 감소한 덕이다. 그러나 유례 없이 긴 장마로 당장 이번 달부터 손해율이 치솟을 것으로 점쳐지면서 손보사 실적에 사실상 ‘빨간불’이 켜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000370), DB손해보험(005830), 현대해상(001450), 메리츠화재(000060) 등은 코로나19로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개선되면서 올해 2·4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상반기 가장 큰 증가세를 기록한 곳은 한화손해보험이다. 한화손보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7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7.9%나 증가했다. 올해 2·4분기만 해도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8.2% 늘어난 362억원으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도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2,13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56.8%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매출액은 4조4,822억원, 영업이익은 2,974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6.1%, 58.1% 증가했다.

대형 손보사도 호실적의 흐름을 이어갔다. DB손보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3,494억원으로 전년 대비 69.4% 늘었다. 상반기 매출액은 6조9,039억원으로 전년 상반기(6조3,870억원) 대비 8.1% 증가했다. 현대해상도 상반기 당기순이익 1,837억원으로 전년 동기(1,638억원) 대비 12.1% 증가했다. 2·4분기 당기 순이익은 94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66억원)과 비교해 8.7%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손보사들이 양호한 실적을 낼 수 있었던 요인으로 모두 코로나19를 꼽았다. DB손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 운행 감소 등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 감소, 효율적 사업비 관리, 전략적 자산운용으로 인한 투자영업이익 상승 등으로 상반기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가마감 기준 삼성화재(000810)·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포인트가량 감소한 84.8~86.5%로 집계됐다.

지난 10일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의 100여대의 차량이 지하주차장을 매운 물이 이틀 만에 빠져 진흙이 잔뜩 묻은 차량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연합뉴스




문제는 이같은 분위기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7~8월 계속된 폭우로 인해 감소세였던 손해율은 다시 증가 추세로 역전될 전망이다. 지난 10일까지 손보협회에 접수된 자동차 침수피해액만 711억원에 달한다. 2011년 집중호우 때 993억원, 2003년 태풍 ‘매미’ 때 911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피해 규모다. 국내 손보사의 한 관계자는 “아직 사고 접수가 끝난 게 아니어서 침수 차량의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며 “가을에 태풍까지 올 경우 손해율은 더 올라갈 수 있어 회사 차원에서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고 NH농협손보가 운영하는 농작물재해보험 역시 올해 손해율이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NH농협손보에 지난 11일까지 접수된 농작물 침수피해 신고 건수는 3만5,206건에 달한다. 피해 면적은 1만2,553㏊에 이른다. 전국에 걸쳐 장기간 장마가 계속되면서 벼·배·복숭아·고추·콩 등 재배 농가에서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다나스’ ‘링링’ ‘타파’ ‘미탁’ 등 태풍 4개가량이 한반도를 강타했던 지난해 농작물재해보험의 손해율은 186.2%였다. 올해 장마 기간이 50일을 넘은 데다가 농업재해보험의 가입 면적 역시 6월 기준으로 이미 지난해 말 수준을 넘어섰다. 올해 손해율이 200%까지도 뛸 수 있는 셈이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보험금이 지급되는 요인이 다양해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가입자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에 긴 장마까지 겹쳤다”며 “손해평가사를 통해 피해 현황을 조사해봐야 정확한 피해 규모를 알 수 있지만 올해 보험금 지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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