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004800)그룹의 계열사 효성중공업(298040)이 자회사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에 뛰어들며 정보기술(IT)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의 자회사 ‘에브리쇼’는 3,1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대주주인 효성중공업이 2,544만주를 1,272억원에, 글로벌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3,816만주를 1,908억원에 취득한다. 에브리쇼 측은 이와 관련, “데이터센터 신규 사업을 위한 증자”라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은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 말 에브리쇼의 대주주가 됐다. 기존에 에브리쇼는 효성그룹 내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업체였던 갤럭시아에스엠의 자회사로 영화·방송 프로그램 제작 및 배급을 해왔다. 에브리쇼는 추후 사업 목적을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변경하고 사명도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중공업이 이번 유상증자를 위해 투입한 금액은 올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의 13.2% 수준에 달한다. 전력 등 기존 사업의 시황이 악화하자 신사업 진출을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기존 사업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의 장점이다. 서버를 비롯한 네트워크, 스토리지(저장 공간), 전력 공급·냉각 시설 등으로 구성된 시설인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건설의 영역에 속한다.
데이터센터가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효성중공업은 전력 사업의 노하우 또한 활용할 수 있다. 효성중공업 측은 “데이터센터는 전력·공조 등의 설비가 중요한 건축물”이라며 “전력사업 부문의 전력 공급, 에너지 절감 기술과 건설 부문의 시공 경험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17년 1,549억달러(약 189조원)에서 연평균 10.2% 성장해 올해 2,062억달러, 2022년 2,519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부분의 사업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데이터센터 사업은 오히려 힘을 얻고 있다.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국내 기업의 클라우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효성중공업의 변신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변화하는 게임의 룰에 대비하라’고 주문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조 회장은 앞서 “크게 숲을 보는 시야를 갖고 빠르게 변화를 알아내 선도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우리 고객이 살아가는 터전인 숲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야만 그 생태계 안에서 효성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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