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4일간에 걸친 최장의 장마가 끝난 후에야 댐 운영관리 문제점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은 수해로 인한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추진한 물관리일원화의 문제점과 보완 방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어 변죽만 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의 첫 번째 조치는 ‘댐 관리 조사위원회’를 구성이다. 집중호우에 댐 운영이 적절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되는 기구다. 조사위는 이번 수해가 발생한 섬진강댐·용담댐·합천댐 운영자료 등을 확보해 방류량, 방류시기 및 기간, 방류통보 여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번 조사위 구성은 피해 지역의 주민 의견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주 말을 이용해 피해 지역을 다니며 주민 의견을 청취했다. 지난 15일 용담댐 방류로 인삼밭에 피해를 입은 충남 금산군 제원면 주민들은 용담댐이 집중 호우에 대비해 미리 방류를 하지 않아 홍수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섬진강댐 하류인 구례군 구례읍 주민들도 수자원공사가 수위 조절에 실패해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고 항의했다. 환경부는 섬진강댐·용담댐·합천댐 하류 홍수피해 지역에서 제기한 문제를 엄중하게 보고 댐 운영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입장이다. 기상청 예보보다 더 많은 비가 와서 어쩔 수 없이 방류량을 늘렸다고 핑계를 댄 수자원공사는 이번 수재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홍수 피해 조사뿐 아니라 물관리일원화가 오히려 홍수 피해를 키운 게 아닌지, 보완할 방안은 없는지도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관리일원화의 최대 수혜자인 환경부가 이날 브리핑에서 물관리일원화 문제를 제외한 것도 이런 부처이기주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재 댐 운영은 환경부와 수자원공사가 맡지만 하천은 국토교통부가, 도심 홍수는 지자체가 맡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국가 물관리위원회도 설치됐지만 4대강 보 처리 문제로 별다른 성과 없이 1년을 보냈다.
이번 수재의 원인에 대해 댐 운영 미흡으로 초점이 맞춰지면서 4대강 사업의 효용성 조사는 뒤로 밀려났다. 정치권은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수재 앞에서 4대강 사업을 안 했기 때문에 피해가 생겼다고 주장하거나 반대로 4대강 사업 때문에 피해가 발생했다는 등 정쟁을 벌였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가세해 4대강 효용을 분석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조 장관은 4대강 홍수예방효과 조사와 관련, “아직 구체적인 평가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댐 운영 미흡에 의한 피해가 크기 때문에 원인 규명을 한 뒤 4대강 보의 홍수예방효과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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