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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물량공세에.. '초격차'가 벅찬 삼성디스플레이[양철민의 인더스트리]

2017년(13.54조)→2018년(2.93조)→2019년(2.18조)→2020년 상반기(1.62조) 투자

2017년(3.35조)→2018년(1.26조)→2019년(0.40조)→2020년 상반기(0.05조) 순익

중국의 LCD 저가공세와 OLED 느린 성장세 때문에 투자와 순익 모두 줄어

삼성전자의 'QD 디스플레이' 외면 기류도 부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사업장.




중국의 ‘액정표시장치(LCD)’ 저가공세 및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확대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입지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2025년까지 ‘퀀텀닷(QD) 디스플레이’ 개발 등에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초격차’ 행보에 힘을 쏟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실제 관련 투자액은 지난 2017년 한해 디스플레이 설비투자금액(13조5,456억원)에 못미치는 규모라 회심의 ‘반격카드’가 되기 힘들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최근 3년새 설비투자액 및 당기순익이 급감한 것 또한 좋지 않은 신호다. 무엇보다 ‘마이크로 LED’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VD 사업부가 QD 디스플레이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삼성전자 내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의 입지가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18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올 상반기 디스플레이 설비투자로 1조6,298억원을 집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8,029억원과 비교하면 투자액이 2배가량 뛰었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달 1일 ‘QD 설비 반입식’을 개최하며 신규 투자에 힘을 주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투자액이다.

무엇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설비투자액은 최근 3년간 급격히 줄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설비투자액은 지난 2017년 13조5,456억원이었지만 2018년(2조9,361억원)과 2019년(2조1,870억원) 큰폭으로 줄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 공략을 위해 2015년(4조7,294억원), 2016년(9조8,313억원), 2017년 등 3년 동안 투자를 급속히 늘렸다는 점에서 최근 투자액 감소 추이가 도드라진다. 올 상반기 설비투자액 추이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 전체 설비투자액은 2018년 투자액과 비슷한 3조원 가량이 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 같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설비투자 감소는 중국의 저가 LCD 공세와 중소형 OLED 시장의 예상 대비 느린 성장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5년 1조6,731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한 후 2016년(1조4,986억원)과 2017년(3조3,528억원)에도 나쁘지 않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앞선 설비투자를 본격 회수할 시점인 2018년(1조2,630억원)과 2019년(4,077억원)에는 실적이 꺾이며 투자 여력 또한 크게 줄었다. BOE와 CSOT등 자국 정부의 ‘묻지마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이 LCD ‘치킨게임’을 벌여, 관련 부문 영업 손실이 누적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 때문에 내년부터는 LCD 패널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중소형 OLED의 경우 스마트폰 부문에서도 OLED 채택이 저조해 업계의 우려를 부추긴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11 프로’와 ‘아이폰11프로 맥스’ 등 OLED 디스플레이 탑재 제품 판매 부진으로, 올 2분기에 9억5,000만 달러를 보상금 명목으로 삼성 측에 지급했다. 애플은 안정적 부품 확보를 위해 거래 기업과 전용 계약을 체결하지만, 발주 물량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보상금을 지급한다.

애플은 지난해에도 OLED 패널이 탑재된 ‘아이폰X’ 판매 부진 때문에 9,000억원 가량을 삼성 측에 보상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일견 삼성 측에 ‘공짜 수익’이 생긴 것으로 보이지만 설비투자 금액 등 막대한 고정비용을 감안하면 손실이 훨씬 크다. 이 때문에 올 상반기 삼성디스플레이의 당기순익 또한 577억원에 불과하다. 애플은 올해 OLED 패널을 탑재한 ‘아이폰12’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이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양산 차질로 출시 시기를 9월에서 10월로 늦춘 것 또한 좋지 않은 소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터치스크린패널(TSP)을 사용하지 않아 보다 얇은 디스플레이 구현이 가능한 터치일체형 OLED 기술인 ‘와이옥타(Y-Octa)’ 를 보유하고 있어 경쟁사 대비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또다른 터치일체형 OLED 기술인 TOE와 관련해 “TOE 기술 준비 및 설비 구축은 이미 완료된 상태로 일부 고객에게는 이미 TOE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 LG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OLED 패널에 TOE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중국 BOE와 비전옥스 또한 자체 터치일체형 OLED 기술인 FMLOC와 TOT 개발에 각각 매진하고 있어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주력인 중소형 OLED 시장은 중국의 추격에 수익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등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기준 스마트폰용 OLED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85.3%로 아직까지 압도적 위상을 자랑한다. 문제는 자동차용 OLED 등 여타 중소형 OLED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 DSCC는 전체 모바일 OLED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이 2020년 31%에서 2025년 53%로 상승하는 반면, 한국 업체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67%에서 46%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플렉시블 OLED 시장 또한 2016년만 해도 삼성디스플레이(87%)의 독무대였지만 2025년에는 BOE(30%)가 삼성디스플레이(30%)와 비슷한 점유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실제 BOE는 중국 충칭에 465억위안(약 7조8,000억원)을 투자해 6세대 OLED 공장을 건설 중에 있는 등 ‘한국 따라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QD 디스플레이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시름을 한층 깊게 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현재 양산을 계획 중인 QD 디스플레이의 경우 OLED 기반의 제품으로 파란색을 발광원(發光源)으로 하며 퀀텀닷 소재의 컬러필터를 입혀 색재현력을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현재 LG디스플레이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TV용 OLED 패널을 양산하는 상황에서 관련 제품 양산 시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LGD와 시장을 양분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삼성전자 측은 여전히 QD 디스플레이 채택 여부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3년 레드·그린·블루( RGB) 방식으로 생산한 OLED TV를 내놓았지만 양산 실패 및 낮은 가격 경쟁력 때문에 출시 1년도 안돼서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이후 김현석 CE 사업부장과 한종희 VD 사업부장 등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은 OLED TV 시장 출시 가능성을 부정해 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QD발광층을 쓴 OLED 패널을 다소 모호한 ‘QD 디스플레이’로 명명하는 이유 또한 이 같은 사연과 관련이 깊다.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TV ‘더월’


삼성전자 측은 오히려 마이크로 LED 생산을 위해 사나, 에피스타, 렉스타 등의 외국 업체와 부품공급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계획대로 QD 디스플레이를 내년에 양산한다 하더라도 세계 1위 TV 제조사이자 모기업인 삼성전자에 제품을 납품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중인 LGD에 이어 삼성디스플레이까지 흔들린다면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디스플레이)을 또하나 잃게 될 것”이라며 “세계 1위 스마트폰·TV 업체인 삼성전자의 지원 등 ‘캡티브 마켓’ 덕분에 공격적 투자를 지속했던 삼성디스플레이의 위치가 최근 애매해 진 것 또한 좋지 않은 신호”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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