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한 번으로 수백㎞ 장거리 운행이 가능한 수소연료전기차야말로 자율주행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입니다.”
강문정 현대차 수소산업연구소장(상무)은 19일 서울경제 제13차 에너지전략포럼에서 ‘수소경제 확대가 그린뉴딜 이끈다’는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자동차 업계는 미래 친환경차 시장에서 수소를 접목한 전기차, 즉 수소전기차가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기차는 장거리 주행을 위해 배터리를 늘리고 그만큼 적재용량을 줄여야 하지만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는 5분 충전으로 600㎞ 이상 운행이 가능해 효율 측면에서 훨씬 앞선다는 것이다. 강 소장은 “오는 2050년까지 전기 수요는 현재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전기만으로 모빌리티(이동수단)나 산업 전력 수요를 모두 충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때 신에너지원인 수소가 훌륭한 보완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지난해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발표할 당시 ‘자율주행은 배터리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어 수소전기차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강 소장은 “현대차는 전기차와 수소차를 아우르는 ‘전동화차’ 모델을 2025년까지 44종으로 확대해 친환경과 자율주행, 연결(커넥티드)성 3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했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직전 서울에서 평창 간 총 196㎞를 수소전기차로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시연에 성공한 바 있다. 레벨4는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고 차량이 스스로 차선을 바꾸고, 신호에 맞게 좌·우회전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단계다. 강 소장은 “현재 앱티브와 설립한 합작법인 ‘모티브’를 통해 레벨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 상용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은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선도자이면서 동시에 추격자다. 한국은 지난해 총 4,194대의 수소전기차를 판매하면서 미국(2,089대), 일본(644대) 등 주요국을 제쳤다. 그러나 누적 판매 비중(6월 기준)으로 따지면 한국은 36.8%로 39.6%를 기록해 1위인 미국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는 상황이다. 강 소장은 “중국을 비롯해 독일·EU·일본 등 각국에서 수소경제 전략을 경쟁적으로 발표하며 글로벌 수소 시장은 격변기를 맞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4월 정부로부터 미국과 EU에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수출을 허가받는 성과를 거둘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내연 차로 따지면 엔진에 해당하는 핵심 중의 핵심 부품이다.
강 소장은 수소전기차뿐 아니라 도심항공교통(UAM)·수소트램 등 새로운 모빌리티에도 수소 접목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자율주행을 하는 트램과 ‘자율비행’이 가능한 UAM은 이동수단이면서 동시에 각 개인의 생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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