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강남 4구 등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크게 올라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주택 수요 억제 정책이 가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다주택자의 퇴로를 여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일 ‘정부의 부동산대책 영향 분석 및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하반기 강남 4구 주택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7%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입지 선호 현상이 커지고 정부 공급대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주택 가격이 2.5% 상승하는 반면 지방은 0.1%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주택자들이 지방 주택부터 팔면서 집값 양극화 현상이 강화된다는 것이 한경연의 관측이다. 전국 상승률 전망치는 0.8%다.
한경연은 “과거 정부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 최소 2~3개월 관망기가 있었는데 최근엔 주택 가격과 거래량이 동시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발적 정부 대책으로 인한 혼란과 극단적 규제에 따른 불안감이 공황구매 등 공포적 거래심리를 유발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주택 공급물량 부족 △3,000조원이 넘는 유동성 △제3기 신도시 등 대규모 보상금 △다주택자 증여 등 우회거래 증가 역시 공황구매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주택대출 금지·제한 등 무주택자까지 대상에 넣은 극단적 규제가 주택소비심리를 자극해서 나타난 공황구매는 이런 규제가 있는 한 상당기간 작용해 추격매수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위원은 이어 “시장 균형을 정책 의지만으로 바꾸려는 수요 억제 정책은 예외 없이 주택 가격 폭등과 계층간·지역간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켰다”면서 “주택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공급 대책도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 위원은 △대출금지 등 극단적 규제를 철회해 주택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킬 것 △한시적으로라도 양도세 혜택을 통해 다주택자의 퇴로를 과감히 열어줄 것 △공급대책은 공공주도형에서 민간친화형으로 개선할 것 등을 제안했다.
주택 수요 억제 정책은 주택 가격을 잡지 못하고 경기 위축만 일으킨다는 게 한경연의 지적이다. 한경연의 분석에 따르면 주택 가격은 정부 대책 등이 나오면 2분기에 걸쳐 약 4% 하락하지만 이후 기존보다 2%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반면 소비와 총생산은 15분기 이상 지나야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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