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이 자구안 마련에 한창인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가 송현동 부지의 중재를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한 부지 매각 대신 권익위의 조정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권익위의 중재가 이제 시작된 만큼 이르면 내달 초 중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권익위는 이날 오전 서울시와 대한항공 관계자를 모아 회의를 열고 양측의 입장을 들었다. 이날 비공개로 열린 회의에서는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문화공원 조사계획의 부당함과 서울시 부지 매입 계획 등에 대해 설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자금 경색이 시작되자 송현동 부지 매입 등을 통한 자구안 마련에 착수했다. 당초 송현동 부지는 15곳 가량의 잠재적 인수 후보자들이 관심을 가졌으나, 서울시가 공원화 방침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자 인수 후보들이 의사를 철회하며 매각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지난 6월 12일 권익위에게 서울시의 문화공원 추진으로 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에 피해를 봤다며 행정절차를 중단해 달라는 내용의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 12일 대한항공은 권익위에 민원 처리 시한을 한 차례(60일) 연장을 요청함과 동시에 서울시의 도시계획결정절차를 보류해달라는 의견서를 다시 제출하기도 했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캠코를 통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권익위는 이날 양쪽 관계자를 만나 의견을 듣는 작업을 시작했다. 권익위는 이르면 9월 초 송현동 부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권익위의 중재 결과에 따라 송현동 부지의 운명이 결정나는 셈이다. 다만 권익위의 권고 사항이 법적 강제성을 띄지 않아 양측의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감정가를 기반으로 한 4,000억원대를 매입가로 주장하고 있으나, 대한항공은 6,000억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울시는 인수가 결정되더라도 시의회 의결 통해 예산편성 후 집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송현동 부지의 연내 계약 체결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장 자금이 필요한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서울시의 부지 매입이 달갑지 않은 이유다. 양측이 추후 소송을 진행할 경우 권익위의 권고가 중요 참고 서류로 작성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권익위원장이 교체됐을 뿐 아니라 송현동 부지 관련 담당 조사관도 변경되며 당장 근시일내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권익위가 추가로 자료 요청이나 대면조사를 진행한 뒤 내달 초경 권고안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르면 다음 주 한앤컴퍼니와 기내식기판사업본부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지난달 한앤컴퍼니는 대한항공과 기내식 사업과 기내면세품 판매사업부 매각에 대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사 작업에 착수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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