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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보다 가성비 탁월"…中 전기차 2차공습 시작됐다

상하이차·BYD 등 中 메이저 완성차 국내 상륙

전기트럭·버스 이어 中 전기 승용차도 몰려온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 중국 메이저 완성차들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 2003년 이후 중국 중소 완성차 업체들이 품질은 제쳐놓고 싼 가격만 내세워 국내 시장에 들어왔다면 이제는 중국 대표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서해를 건너고 있다. 이번에는 가격경쟁력에다 국내 차량에 뒤지지 않는 전기차 품질을 장착했다. 여기다 중국 차의 경쟁력을 인정한 대기업 계열사들을 이용한 판매망까지 구축했다.
국내 대기업과 협약…한국을 전기차 테스트베드로 공략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 3대 자동차제조사 중 하나인 상하이자동차는 최근 국토교통부의 대규모 인증을 마치고 연내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 승용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상하이차가 내놓을 차량은 2007년 인수한 영국 MG(Morris Garage·옛 MG로버)에서 만든 순수 전기차 ZS다.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보다 1,000만원가량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BYD 전기버스


중국 대표 전기차 기업인 BYD는 국내 시장 진출 파트너로 GS그룹을 선택했다. GS그룹 계열사인 GS글로벌은 BYD와 트럭·버스 부문 총판계약을 맺고 판매를 시작했다. BYD 전기버스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GS글로벌은 단순판매뿐 아니라 국내 수입과 모델 선택 등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BYD는 상용차 진출 이후 승용 시장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중국 판매 1위인 지리자동차도 전기트럭의 한국 진출을 위해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수입과 판매를 맡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포스코그룹 물류에 지리차의 전기트럭을 투입할 것으로 관측했다. 차량의 가격 경쟁력과 연료비 등을 고려하면 지리 전기트럭이 물류 효율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차의 중국 파트너인 베이징차도 내년에 승용전기차 3대를 국내에 출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 완성차 1, 2위가 승용과 상용을 가리지 않고 국내로 몰려드는 배경에는 빠르게 끌어올린 전기차의 가성비를 바탕으로 현대·기아차가 독점하고 있는 대중 전기차 시장을 파고들어 한국 시장을 글로벌 판매의 테스트베드로 삼겠다는 전략이 깔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내연차와 달리 중국 전기차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중국 메이저 업체들에 한국 시장은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능 전기 SUV가 2,000만원대…판매량 궤도 오르면 직접 진출도
지난달 27일 중국의 자동차 전문 포털인 치처신시왕은 상하이자동차의 영국 브랜드 MG(옛 MG로버)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ZS의 성능과 가격을 경쟁차종과 비교했다. 특히 치처신시왕은 한국 시장에 곧 출시될 ZS가 현대자동차의 순수전기차인 아이오닉보다 성능은 물론 가격 측면에서 탁월하다고 평가하며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차의 첫 성공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불과 3년 전인 지난 2017년, 중국 자동차 업체 북기은성이 가솔린 중형 SUV 켄보600으로 국내시장에 진출했지만 높은 시장의 벽에 부딪혔던 것과 180도 달라진 평가다. 2,000만원 이하의 가격을 내세웠던 켄보600은 누적 판매량 약 500대에 그치며 한국 완성차 시장에 발도 제대로 못 내디뎠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업체와 수입 프리미엄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국 시장에서 중국 군소업체 차량이 설 자리는 없었다. 지난해에는 현지 비주류 브랜드인 둥펑소콘에서 가솔린 중형 SUV ix5를 내놓았다. 둥펑소콘은 초도물량 100대를 일주일 만에 ‘완판’했지만 후속판매는 저조했다. 반짝 가격에 끌렸을 뿐 중국 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판단은 냉정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자동차의 ‘공습’은 달라졌다. 북기은성이나 둥펑소콘 같은 군소업체가 아니다. 상하이자동차·지리자동차·BYD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메이저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무기는 과거처럼 내연기관차가 아니라 전기차다. 이미 글로벌 톱 수준으로 올라온 전기차 기술력을 앞세워 연 10% 이상 성장하고 있는 국내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여기다 전기차의 생명인 배터리를 한국산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현지 매체의 예상도 나온다.

이번에는 상용과 승용을 가리지도 않는다. 가격경쟁력이 중요한 상용차(지리자동차·BYD)뿐 아니라 감성과 디자인·성능을 모두 갖춰야 선택받는 승용차 시장에도 직접 진출을 노린다. 중국 판매 2위인 상하이차는 6월 자사의 영국 브랜드 MG ZS의 대규모 국토교통부 인증을 마치고 딜러망 구축 등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차를 수입·판매하는 국내 케이모터 측은 차량 가격을 경쟁 모델이 될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보다 1,000만원가량 싸게 책정할 계획이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의 풀옵션 차량은 보조금을 포함하면 3,000만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 MG ZS의 경우 2,000만원 후반에 준중형 전기 SUV를 구매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중국 대표 자동차 기업인 베이징자동차도 내년 한국에서 전기차 3종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 상하이차 프리미엄 브랜드 밍줴의 전기차




중국 업체들이 국내 전기차 시장을 앞다퉈 두드리는 것은 그만큼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 시장보다는 새롭게 태동하는 시장에서 경쟁하는 게 중국 업체들로서는 부담이 덜하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는 전년보다 14.6% 늘어난 14만3,000대가 신규 등록됐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 중국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은 새로운 상품에 대한 수용이 빨라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며 “한국 대중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차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이를 조금만 가져와도 한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시장 판매량이 늘어나면 애프터서비스와 중고차 등 벌일 수 있는 사업도 그만큼 많아진다. 전기차 시장의 경우 배터리 재활용·리스 등 관련 사업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상하이차 프리미엄 브랜드 밍줴의 전기차


이 같은 가능성에 국내 대기업들도 중국 전기차를 들여오기 위해 현지 브랜드들과 손을 잡고 있다. GS글로벌이 BYD와 전기버스 총판계약을 맺었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리차의 전기트럭 e200을 들여오기 위해 준비 중이다. 대기업들은 중국 전기 상용차가 ‘가성비’가 중요한 물류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판매뿐 아니라 자사 사업에 투입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YD와 지리차는 상용차를 안착시킨 후 전기 승용차 투입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한국 대기업들도 중국 대표 자동차 기업의 수입·판매권을 따내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중국 메이저 자동차 업체들이 판매가 궤도에 오르면 직접 한국에 진출해 사업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처럼 직접 투자를 하고 사업을 확대하는 식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열풍이 일고 자국 내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중국 메이저 업체들까지 한국 시장을 뚫기 위해 진출하는 상황”이라며 “가격경쟁력과 준수한 전기차 품질로 국내 업체들이 중국 자동차 기업과 손잡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中 전기차 기술력 '글로벌 수준'…테슬라·도요타와 협력도
중국은 지난 2018년 이미 전기차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한 전동화 강국이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는 테슬라(36만7,820대)였지만 2~4위는 BYD(22만9,506대), 베이징자동차(16만251대), 상하이자동차(13만7,666대) 등 모두 중국 업체들이 차지했다. 세 곳 모두 한국에 진출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전기차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없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만큼은 중국의 기술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0년간 중국 정부는 자국 브랜드 전기차 개발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하는 한편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을 통해 지원하기도 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메이저 브랜드의 전기차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테슬라와 협력하는 CATL 등 중국도 저렴하면서도 수준 높은 배터리 기업을 갖고 있고, 내연차와 달리 긴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복잡한 동력 기술이 필요 없고 부품을 조달해 조립하는 과정 또한 내연기관차보다 수월해 과거의 격차를 건너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이어 “점점 정보기술(IT)화하고 있는 전기차는 전장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중요한데 중국 IT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이고 발전 가능성 또한 높은 만큼 전기차 제조 능력도 더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콧대 높은 일본 차도 중국 현지판매 전기차는 중국 기술을 차용하고 있다. 지난해 상하이모터쇼에서 공개된 도요타의 중국 판매 전기차 모델 LZOA EV는 전기차 기술과 배터리를 중국 전기차 업체인 CAC·FAW와 합작으로 만들어냈다.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전기차 전용 공장들도 중국 업체들의 강점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포함해 기존 자동차 강국들의 공장들은 내연기관차에 맞춰져 있다”면서 “중국의 경우 최첨단 전기차 전용 공장에 투자를 지속해 품질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한신·서종갑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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