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우려 속에 증시 상승세가 꺾였다. 코스피는 이달 초의 상승 폭을 반납하며 한때 2,300선이 무너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가능성에 대한 경계가 고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 등락 예상 범위를 2,200~2,300 포인트로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는 2,230~2,330포인트로 예측했다.
코로나19의 확산 추이가 국내 증시의 향방에 관여하는 중요 변수는 맞지만 증시 급락 가능성은 낮다는 데 증권업계의 전망이 모아진다. 지난 2~3월을 지나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의 강도가 가늠이 됐고, 낮아진 치사율과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국내 증시가 패닉 구간이 찾아온 것에는 치사율과 신용 리스크 우려 확대가 작용했다”며 “현재 코로나19의 글로벌 사망률은 지난 3월 7%대에서 현재 3% 수준까지 떨어졌고 정부의 채권 매입기구 설치 등 대책으로 기업 줄도산 위험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증시에 유입된 막대한 자금과 저가매수를 노리는 개인 투자자가 많다는 점도 지수 하방을 방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0일 51조원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 기록을 경신한 이후 50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3.66%)을 기록한 이달 20일 개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1조7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엔씨소프트 등 낙폭 과대 종목을 사들였다.
다만 유례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시행 결정 가능성은 국내 시장 매력을 낮추며 증시 상승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는 사실상의 경제적 봉쇄조치가 시행되는 것으로 실업자 양산, 내수 위축 등 경제에 큰 강도의 충격을 가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3단계로 높아지면 내수 위축 및 경제활동 충격은 피할 수 없다”며 “다음주는 코로나19에 대한 경계감이 최고조에 이르며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내수·경기민감 업종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성장주도 단기조정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행보에도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 이번 주 미국 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는 글로벌 증시의 투자 심리 악화에 따른 하락 계기로 평가된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 의사록 속 발언이) 연준의 스탠스 변화나 정책 여력의 한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앞으로도 연준은 남은 카드을 활용해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할 것으로 관측되며 통화정책이 위험자산 선호 약화를 야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오는 27일~28일에는 잭슨홀 미팅이 열린다. 연준은 중요한 통화정책을 잭슨홀 미팅에서 발표했던 전력이 있어 향후 통화정책 수단에 대한 언급이 나올지가 관심사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미팅에서 명확한 통화정책 방향성이 제시 되지 않으면 내달 16일 예정인 FOMC까지 상승 탄력이 부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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