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충격이 가해지자 올 상반기 모든 국민에게 가구당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습니다. 14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지원금 효과는 컸습니다. 4월 총선에서 180석의 거대 여당을 탄생시켰고 2·4분기 소득 분배가 개선되게 보이는 반짝 착시도 나타났습니다. 신용카드 승인액도 한달 급격히 증가하며 내수지표 개선에 기여했습니다.
공짜 돈의 달콤한 맛은 정치권을 유혹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우려가 커지자 여의도를 중심으로 2차 지원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는 2차 지원금 지급 필요성에 대한 당 정책위원회 차원의 검토를 요청하며 군불을 땠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코로나19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앞으로 두 달 정도 경제가 다시 얼어붙을 것 같다”면서 “2차 재난지원금도 검토를 해보자”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자체 검토를 거쳐 2차 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문제를 정부와 협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선 추석 전에 지급해야 한다는 스케쥴까지 거론됩니다.
차기 대선주자들도 한 목소리를 냅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3개월 이내 소멸하는 지역 화폐로 개인당 30만원 정도를 지급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도 페이스북에서 “이 상태를 평시의 방식으로 대응할 수는 없게 됐다”며 “민주당과 정부가 시급히 협의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재난지원금 요청은 당을 가리지 않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차 재난수당 지급으로 민생위기 응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국회에서 2차 지원금 지급을 제안했습니다.
정부가 이러한 주장에 동의할까요. 나라살림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지원금의 효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으나 막대한 재원이 부담스러워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역대 최대 규모 추경(59조원)을 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로 역대 최고로 올라섰습니다. 또 다시 재난지원금을 주려면 4차 추경을 해야 하고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합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 부담도 크고 효과도 파악해야 해서 2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혀왔습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악화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홍 부총리는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차 지원금은)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꼭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그런 효과가 있는 대책을 맞춤형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지원금을 지급한 효과는 입증됐다고 봅니다. 경기 침체 와중에도 2·4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증가율은 8.9%로 5분위(상위 20%)의 2.6%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1·4분기 마이너스로 떨어졌던 소비지출도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모든 분위에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등 시장소득이 감소했어도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같은 공적이전이 늘어난 결과물입니다.
당정청 사이에서 이미 기재부는 몇 차례 끌려가고 말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지원금 대상을 50%에서 70%, 결국 100%로 확대한 것은 정치권의 요구였습니다. 따라서 지난 번과 같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진 않더라도 30% 또는 50% 이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는 시행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이미 전 국민이 달콤한 맛을 봤기 때문에 재난지원금은 경제위기를 겪을 때마다 두고두고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재확산되는 상황에서 어느 층까지 얼마를 나눠주게 될지, 이번 만큼은 기재부의 논리가 당의 큰 목소리를 설득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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