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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리스크 4배 늘고 신사업도 막혀...기업들 "버틸 재간이 없다"

[상법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해외 기업사냥꾼 경영권 위협 수단으로 전락 가능성

자회사까지 소송 사정권에...신규투자도 위축 불가피

3%룰은 되레 확대 적용...기업 경영 마비상황 올수도





25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투명 칸막이가 설치된 청와대 여민관에서 국무위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공정경제 3법’ 제·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이 안갯속에 휩싸인 가운데 다중대표소송제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등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상법 개정안마저 국무회의에서 통과돼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 및 학계에서는 정부의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주 권리가 침해될 뿐만 아니라 투기자본 등에 의한 경영권 위협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고 신사업 투자를 포함한 이사회의 경영 활동 전반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상법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 후 이달 중 국회 제출 예정이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76석의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국회에서도 원안대로 통과돼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 기업들로서는 시름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상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도입될 주요 제도는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는 ‘3%룰’ 확대 적용으로 꼽힌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의 이사가 자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일정 비율 이상 지분을 보유한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해당 지분율 요건은 비상장기업은 총 발행 주식 수의 1%, 상장기업은 0.01% 및 6개월 이상 보유다. 이에 대해 이익을 내지 못하는 자회사가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신사업 진출이 자회사를 통해 이뤄지며 상당 기간 자회사는 이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자회사를 통한 신사업 진출에 대한 소송 리스크가 높아져 신사업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사업 진출뿐만 아니라 전체 상장사의 소송 리스크가 4배 가까이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4월1일 기준 50% 초과 지분율로 자회사를 소유한 국내 상장사는 1,114개이며 자회사 수는 3,250개로 조사됐다. 자회사 3,250개사가 소송 대상에 포함되면서 소송 대상 기업 수는 1,114개에서 자회사 수 3,250개를 더한 4,364개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국내 상장사의 소송 리스크는 3.9배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또한 모회사 주주에 의한 대표소송 제기는 자회사 주주권 침해 및 자회사와 모회사 간 독립성을 인정하는 현행 법체계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감사위원 독립성 확보를 위해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1인 이상의 이사를 선출 단계에서부터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임하도록 하는 제도다. 재계에서는 외국계 투기자본이 지분 쪼개기를 통해 3%룰을 무력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임 제도를 적극 활용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최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를 통해 추진 중인 ‘노동이사제’와 유사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도입되면 경영 성과 창출을 위해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할 기업 이사회의 구성·논의 등 운영 전반에 장애가 예상된다”며 “노동이사제 역시 공공기관에 도입되면 향후 민간기업으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3%룰 확대 적용은 대주주 의결권에 대한 제약을 더욱 강화하는 규제로 평가된다. 기존에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에 대해 최대주주 의결권이 개별 3%까지 인정됐으나 이번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감사,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 선임과 동일하게 특수관계인 지분과 합쳐 3% 이내로 의결권이 제한된다. 국내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미 현행 상법상 개인별 3% 초과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다른 주주에 비해 최대주주의 재산권 행사가 규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3%룰의 획일적 적용으로 최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의결권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조원태 회장에게는 ‘3%룰’이 적용됐으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의 ‘3자 연합’에는 3% 의결권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경영권 방어에 불리한 상황이 초래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소수 주주권 행사 요건을 완화하는 것도 기업들로서는 경영권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번 상법 개정안은 굉장히 어리석은 법안이며 국민들에게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6개월 이상 주식 보유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이사·감사해임 청구가 가능하게 돼 코스닥 상장사뿐만 아니라 대기업까지도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대상이 되기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박경훈·변수연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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