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대폭 낮춘데 이어 최악의 경우 -2.2%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진정되는 낙관적인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성장률은 -0.9%에 그쳐 정부가 기대하는 ‘V자 반등’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진단했다.
한은은 27일 8월 경제전망을 통해 경제성장률이 올해 -1.3%, 내년 2.8%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기존 전망치 2.1%를 -0.2%로 낮춘데 이어 -1.3%까지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3.1%에서 2.8%로 낮췄다.
한은은 국내 경기가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속도가 당초 전망보다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코로나19 국내 감염이 다시 확산되고 있어 민간소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품수출도 주요국 경제활동 재개로 점차 부진이 완화되겠지만, 감염병 확산으로 개선 흐름이 완만할 것으로 봤다. 이같은 전망은 이번 코로나19 재확산이 연초와 비슷한 기간 지속된 뒤 국지적 확산이 간헐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이번 재확산 움직임이 올 겨울까지 지속되고,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아 세계 경제가 내후년에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비관적 시나리오다. 한은은 비관적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올해 성장률은 -2.2%까지 떨어진 뒤 내년에도 1.2%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3·4분기에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전제로 -1.8%를 제시했는데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본 시나리오보다 코로나19 재확산이 빠르게 진정되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도 올해 성장률은 -0.9%에 그친 뒤 내년 3.4%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역시 5월 전망(0.5%)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다. 낙관적 시나리오마저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면서 올해 22년 만에 역성장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경제가 역성장한 것은 1953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1980년(-1.6%)과 1998년(-5.1%) 등 두 차례뿐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배경에 대해 “글로벌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데다 최근 국내에서 재확산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수출과 국내 소비 개선 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봤다”며 “2·4분기 수출 실적이 예상을 밑돌았고, 예년보다 길었던 장마와 집중 호우도 하향 조정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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