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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녀'를 20년 따라다녔다…이제야 바라본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양종훈

해녀박물관서 '제주해녀'전시

해녀와 20년 동고동락 삶 포착

출간된 사진집, 세종우수도서 선정

양종훈 ‘애월읍, 고내리’




태풍이 오는 것을 온몸으로, 맨 먼저 알아채는 사람들이 있다. 해녀다. 해녀는 수천, 수만 ㎞ 밖에서 다가오는 태풍의 기운을 바닷물의 미세한 파동으로 감지한다. 바다가 뒤집어질 듯 요동치는 태풍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해녀는 미동 않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한다. 바람 분다 하여 농부가 땅 버리고 떠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녀가 바다를 대하는 의연한 마음도 한결같다.

20년간 해녀 사진을 찍어온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양종훈 상명대 교수의 ‘제주 해녀’ 사진전이 지난달 말까지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 1층에서 열렸다.

제주 태생인 작가는 미국 오하이오대학과 호주 왕립대학교에서 사진학 석·박사 학위를 받으며 ‘밖으로’ 돌았다. 아프리카 스와질랜드에서 에이즈 환자들을 촬영한 것을 포함해 히말라야, 호주 원주민, 동티모르에서의 수중 분만 등 그의 카메라는 굳이 드러내지 않으려 하나 분명 강렬하게 존재하는 ‘삶’을 향했다. 그러다 문득 고향의 바다가 생각났고, 바다에서 살아가는 ‘제주 해녀’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양종훈 ‘한경면, 용당리’(왼쪽)와 ‘서귀포시, 여래동’


해녀는 사진 촬영에 인색하다. 목숨 담보로 일하는 와중에 한가롭게 사진에 응할 수 없다는 팽팽한 긴장감이 카메라를 쌀쌀맞게 외면하곤 한다. 양 작가는 “2006년 스와질랜드에서 에이즈 환자를 촬영할 때도 그들과 친밀해지기 위해 즉석에서 물과 밀가루만으로 만든 ‘토할 것 같은’ 빵을 단숨에 먹고 하나 더 달라고 하며 마음을 얻었다”면서 “눈길 한번 주지 않는 해녀를 찍기 위해 사진 욕심은 잠시 내려놓고, 항상 주변에 머무르며 도움을 주려고 애쓰기를 1년 이상 했더니 마침내 눈을 맞출 수 있게 됐다”고 털어 놓는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대상과의 교감이 먼저”라는 양 작가의 말처럼 진심이 닿아 진실된 사진이 탄생했다.

양종훈 ‘애월읍, 고내리’




양종훈 ‘애월읍, 고내리’


물질하러 나서는 해녀는 단순히 일터로 나가는 사람을 넘어 기념비적인 위인으로, 혹은 우러러 봐야 할 거인처럼 사진에 담겼다. 커다란 ‘테왁망사리’(그물로 제작한 해산물 채취용 바구니)를 짊어지고 바다로 들어가는 해녀, 숨비소리를 내며 물 밖으로 튀어 오르는 해녀의 모습은 바다의 삶 그 자체다. 허리끈을 동여매거나, 바다를 향해 앉아 물질을 준비하는 잠수복 차림 해녀의 사진들에서 단단한 기운이 우러나는 이유는 그 같은 장면이 수십 년 반복됐기 때문이다. 동시에 카메라를 든 작가는 물고기를 움켜 쥐는 바다 속으로, 풍요와 안전을 기원하는 해신당 굿판으로도 파고들었다.

그렇게 함께 20년을 보내는 동안 제주해녀는 2016년 11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양 작가는 지난해 9월 서울시청 시티갤러리에서 열린 ‘제주 해녀’ 사진전 현장에 참석한 조현배 당시 해양경찰청장에게 해녀 안전을 위협하는 폐그물 제거의 청원과 제주 해안에서 극성인 스킨스쿠버의 불법 어획물 채취 단속을 부탁했다.

이번 전시에 앞서 167쪽 분량의 양종훈 사진집 ‘제주해녀’가 지난 2월 출간됐다.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실시하는 ‘2020년 세종도서’의 교양부문 예술파트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글·사진(제주)=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양종훈 ‘표선면, 표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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