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한 피해가 큰 영세 소상공인에게 간 돈은 4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등에서 쓰지 못하게 했지만, 정작 재난지원금의 60%가 영세 업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지출된 것이다. 또 30%에 달하는 4조 원 가량의 지원금은 어디에 썼는지도 파악되지 않았다.
더욱이 13조 원이 넘는 돈을 뿌렸는데도 정작 2·4분기 소비를 늘리기는커녕 돈을 더 쌓았다.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취약 계층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7조, 5.6조 소상공인·4.1조는 ‘모름’
긴급재난지원금은 정부가 코로나 19로 인한 매출감소·폐업·실직 등의 경제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전 국민에게 지급한 돈(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이다. 정부는 피해가 심각한 소상공인에 지출을 유도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는 쓰지 못하게 용처에 제한을 뒀다.
하지만 기재부에 따르면 지급된 재난지원금 가운데 약 40.7%(5조 5,800억 원)만 영세 자영업자와 전통시장 등에 쓰였다.
지급된 13조 7,000억원 가운데 지출된 곳을 확인할 수 있는 금액은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된 9조 6,000억 원이다. 지난 7월 23일 기준으로 카드로 지급된 돈 중에 97%인 9조 3,000억 원이 사용됐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기재부와 행정안전부에 추산에 따르면 이 가운데 약 60%, 전체 지급액의 약 40%만 영세 자영업자와 전통시장 등에 사용됐다.
무엇보다 현금으로 받아간 4조 1,000억원(약 30%)은 지출처도 알 수 없었다. 기재부는 “현금으로 받아간 4조1,000억원(약 30%)의 지출처는 추적이 불가능해 소상공인의 매출로 이어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지급한 돈 만큼 소비 늘지 않아”
소비가 늘기는커녕 경기 부진에 따른 불안감으로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있었다.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가운데 소비지출액의 비중을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은 지난 2·4분기 기준 66.7%로 전년에 비해 2.5%포인트 하락했다. 100만원을 벌면 쓰는 돈이 약 66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만 5,000원 가량 줄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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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평균소비성향이 낮아지면서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흑자액은 138만 9,0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5.5% 증가했다. 소득이 늘어났지만 소비를 늘리지 않아 돈이 쌓인 것이다.
특히 재난지원금이 포함된 공적이전소득은 지난해 2·4분기 34만 1,000원에서 올해 77만 7,000원으로 127.9% 증가했다.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소득 구분 없이 지급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가계의 소비지출은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만큼 늘어나지 않았다. 2·4분기 가계지출은 291만 2,0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7만 7,000원(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재난지원금으로 늘어난 공적이전소득 증가액(43만 6,000원) 중 소비로 이어진 돈이 17%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재난지원금이 실제 소비를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효과 ‘불분명’ 취약계층 맞춤 지원 필요
8월 초를 기준으로 13조 7,000억 원을 전 국민에게 지급했지만 정작 소비를 늘리는 효과가 미미하자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피해는 영세 사업장과 실직자 등에 집중되는데 지원은 전 국민에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원금의 40%만 영세 사업장 등에 소비되고 30%, 약 4조 원이 넘는 돈은 출처도 파악되지 않는다.
국회 예결위 간사인 추경호 통합당 의원은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심각한 중소 영세사업자와 수해 피해를 입은 분들, 실직자들과 같이 정말 힘든 분들을 중심으로 선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선별지급에 무게를 두고 협상을 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했고,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해 2차 재난지원금을 ‘선별지급’하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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