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 내내 증가하던 해외여행 행렬이 끝나고 있다. 청년 실업에 내수 경기 부진,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해외여행으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플렉스(과시)'하는 20대들의 트렌드가 꺾였고 은퇴 세대인 50대, 60대들은 여행 계획을 접고 있다. 항공사들은 가라앉는 해외여행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해 특가 제품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1월 20대 해외여행 증가율 0.9%
은퇴 세대 5060은 ‘마이너스’ 전환'
2021년 4월 이후 출국증가율 최저
은퇴 세대 5060은 ‘마이너스’ 전환'
2021년 4월 이후 출국증가율 최저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해외 관광을 위해 출국한 우리 국민(재외 동포 제외) 가운데 20~29세는 51만 607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9% 늘어나는데 그쳤다. 코로나19 상황이던 2021년 4월 해외여행이 풀리면서 20대의 해외 여행 월별로 최대 증가율은 2220%(2023년 2월)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율이 10%대로 하락하더니 올해는 급기야 0%까지 추락했다. 20대의 해외여행객 증가율은 3년 10개월 만에 최저다.
5060세대도 해외여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난 1월 우리 국민 가운데 50대 해외여행 출국자수는 47만 4440명으로 0.1% 감소했고, 60대는 30만 1903명으로 2.7% 줄었다. 5060세대의 해외여행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기록은 2021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여행업계에서 겨울방학과 연초 효과가 겹치는 1월은 성수기로 통한다. 그런데 20대의 해외여행은 0%, 5060세대는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전체 해외여행 출국자 증가율은 7.3%를 기록했지만 이마저도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겨울방학 기간에 가족여행 수요가 몰리며 30대(24.5%), 40대(9.2%)와 0~10대(14.2%) 출국자 수가 그나마 해외여행 수요를 떠받쳤다.
원달러 1460원·유로 1590원에
믿었던 엔화 마저도 990원 ‘급등’
청년 실업·경기 부진 여행업 덮쳐
믿었던 엔화 마저도 990원 ‘급등’
청년 실업·경기 부진 여행업 덮쳐
해외여행객 급감에 대해 한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는 “내수 경기가 안 좋기도 안 좋고 무엇보다 고환율이 여행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 수요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환율은 최근 ‘불기둥'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지난해 원엔환율은 850원대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그런데 올해 원엔환율은 980원대로 1000원을 돌파할 기세다. 달러와 유로화 환율도 급등했다. 지난해 9월 1330원대였던 원달러환율은 1460원, 같은 기간 1460원대이던 원유로환율은 최근 1590원 위로 올랐다.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일본 여행을 갈 경우 물가가 약 16%, 미국은 10%, 유럽은 9%가 오른 셈이다.
치솟는 환율, 높은 청년실업률(1월 기준 6%)과 청년 비경제활동인구(2월 기준 50만 4000명),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경기 상황 등이 겹치며 20대와 은퇴 세대인 50대, 60대의 해외여행 수요는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1월 해외여행 성수기에도 여행 수요가 급감하자 항공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2021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던 해외여행 수요가 감소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을 앞다투어 ‘특가’ 상품을 내걸고 있다. 가라앉는 해외여행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한 상품이다. 이스타항공이 최근 일본과 동남아 등 24개 노선을 최대 93% 이상 할인하는 특가 프로모션에 나섰다. 탑승 기간도 이달 20일부터 7월 18일까지다. 올 여름 해외여행 수요까지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다. 에어프레미아도 오는 23일까지 인천에서 출발하는 △나리타 △방콕 △다낭 △홍콩 등 4개 노선을 대상으로 최대 20% 할인코드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제주항공(089590)도 회원 대상으로 3월말까지 쿠폰할인, 호텔 제휴할인, 카카오페이 결제할인 등을 결합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까지 미주와 유럽 노선을 최소 60만원대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는 “해외여행 비수기를 대비해 특가 상품으로 미래 여행 수요를 잡아 놓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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