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이 집중돼 있고 국내 생산·수출 1위를 담당하고 있는 울산 미포산업단지. ‘1997년 IMF 외환위기도 모르고 지나갔다’고 할 정도로 명성을 누리던 곳이지만 6일 서울경제가 찾은 미포산업단지는 과거 호황기의 모습은 오간 데 없고 공단 근처 전봇대에 공장 급매와 임대 안내문만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자동차부품 업체가 몰려 있는 울산 효문공단에서 매물로 나온 한 업체는 경매에서 두 번이나 유찰됐다. 지난해부터 국내 자동차 2·3차 협력업체들이 매물로 나오기 시작하더니 쌓인 매물만도 10여개에 달한다. 과거 같으면 매물이 나와도 유찰은 상상을 못했지만 이제는 주인을 찾지 못한 매물이 늘어가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공장 경매 물건이 매달 400여건 쏟아진다. 더 심각한 것은 울산의 어음부도율이 지난 7월 1.88%로 치솟았다는 점이다. 전국 평균치인 0.05%의 약 38배다.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인 신한중공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여파지만 울산 지역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초긴장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등뼈 역할을 해온 전국의 주요 산단들이 휘청이고 있다.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이 중국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실적마저 악화되자 영향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어서다. ‘전자 메카’ 경북 구미산단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이곳은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공장’으로 변했다. 기존 업체들이 떠난 자리에 코로나19 특수로 돈이 된다 싶어 마스크 공장들이 우후죽순 들어섰기 때문이다. 구미산단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공장이 30여곳으로 불어났다”고 말했다. 구미산단 내 50인 미만 소형업체의 공장가동률은 40%대에 그친다. 얼마나 많은 공장이 마스크 공장으로 대체될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단 전체가 어려워지자 주변 상권도 최악의 상황에 몰리고 있다. 구미공단 근처의 한 국밥집 사장은 “저녁 장사는 접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구미공단에서 만난 한 택시운전사는 “(공단 직원들이) 회식을 하지 않다 보니 손님이 반 토막 났다”고 울상이다. 주 52시간에다 코로나19 여파로 효문공단 근처의 진장동 먹자골목에는 문을 닫은 음식점과 노래방이 즐비하다. 경기 반월시화공단의 한 관계자는 “잔업이 없는 업체 직원들 중에는 대리기사나 음식배달 등 ‘투잡’을 뛰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울산=양종곤, 시흥=박호현, 구미=이재명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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