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대립에 삼성전자가 앞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시장에서 대어급 수주를 연이어 따내는 등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사업자 버라이즌과 역대 최대 계약을 맺은 배경에는 글로벌 1위 통신장비 회사인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 영향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의 압박에 글로벌 시장에서 속속 퇴출되는 화웨이의 빈자리를 기술력을 앞세운 삼성전자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미국 최대 통신사업자의 기술·보안 검증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도 5세대(5G) 장비 수주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삼성전자의 이번 대규모 수주 소식에 외신들은 일제히 삼성전자가 화웨이를 제치고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의 이번 수주 소식에 “삼성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에서 점유율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민간 통신사업자를 위한 주파수 경매를 완료하는 등 5G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화웨이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 통신사들이 세계 1위 통신장비사인 화웨이의 장비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 5G 시장에서 에릭슨·노키아와 함께 삼성전자의 3파전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미 미국에 이어 영국·캐나다·호주·인도 등이 자국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화웨이의 빈자리를 삼성전자가 차지할 가능성은 더욱 크다. 그동안 화웨이는 막대한 자국 5G 투자 확대 기반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며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왔지만 미국의 제재에 북미와 유럽 국가들이 등을 돌리면서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게 됐다.
실제로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발표하자 화웨이 장비를 100% 사용하고 있었던 캐나다 이통사 텔러스는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고 삼성전자와 에릭슨 등과 장비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의 압박에도 화웨이에 우호적이었던 영국 역시 지난 7월 올해 말부터 화웨이의 5G 장비 구매를 금지하고 오는 2027년까지 기존에 설치된 화웨이 장비를 모두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화웨이의 제한적 참여를 허용했던 영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압박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이동통신 사업 관계자들을 만나 화웨이 대신 삼성전자와 에릭슨·노키아 등 통신장비 사업자의 설비를 사용할 것을 주장해왔다.
여기에 최근 중국과의 국경 분쟁으로 관계가 악화된 인도 정부 역시 5G 투자 시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을 배제하기로 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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