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번 4차 추가경정예산 지원 대상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모두 어려움을 겪은 ‘단란주점’ 사업자는 들어가고 ‘유흥주점’ 사업자는 빠지는 등 벌써부터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추석 연휴 시작(9월30일) 전 지급을 목표로 서두르다 보니 정부 내에서도 지급 기준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정부가 발표한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 가운데 발표 이전부터 논란이 나오는 지원책은 한시적으로 신설한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이다. 정부는 총 3조2,000억원의 해당 예산으로 전체 소상공인의 86%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지원 기준에 대한 문제제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우선 지원 대상 기준점에 들지 못한 사업자들의 불만이 감지된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이후 매출이 감소한 연매출 4억원 이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경영안정자금 1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분류 때문에 연매출이 ‘4억10만원’이면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카드 수수료 책정시 연매출 3억원 이하는 영세가맹점으로 분류하는데 여기에 1억원을 더해 더 많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지만 형평성 문제가 계속 될 전망이다.
또 단순 매출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선별할 경우 매출은 높더라도 이익률이 낮은 일부 사업장의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피해규모가 각 사업자별로 다른데 일괄 100만원을 지급하는 방침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매출 3억원인 사업자가 매출이 1억원으로 줄어든 경우와, 연매출 2억원인 사업자가 1억8,000만원으로 매출이 줄어든 경우의 피해규모 차이가 크지만 지원금은 같기 대문이다.
지원 대상을 추석 전 분류해 지급할 수 있느냐는 점도 문제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선별기준 요건으로 밝힌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매출 감소’ 여부를 추석 전에 분류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데다 각 사업자별 매출신고 시기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분류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세청의 부가세신고매출액 자료나 건강보험공단의 상시근로자 수 등의 행정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빠른 자금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전국의 PC방이나 헬스장 또는 수도권의 학원·독서실·실내체육시설과 같은 집합금지업종으로 분류된 사업자에게는 100만원을, 수도권의 음식점이나 커피전문점과 같은 집합제한업종으로 분류된 사업자에게는 50만원을 각각 추가 지원하기로 하며 형평성 논란을 추가로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 사업장은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 만큼 매출 규모나 매출 감소 여부와 상관없이 지원금이 지급되지만, 일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업자가 발생한 탓이다. 실제 정부는 노래연습장 등 12개 고위험 시설 중 유흥주점에는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식품위생법 상 단란주점으로 분류되는 사업장에는 지원급을 지급한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식품위생법 시행령에 따라 단란주점과 유흥주점의 영업 구분은 다르며 정부는 단란주점까지만 지원을 할 예정”이라며 “일부 지자체에서 유흥주점에도 지원을 할 방침을 세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당 지자체의 의견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연매출 10억원 규모의 단란주점 사업자는 2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받는 반면 매출 규모가 비슷한 유흥주점 사업자는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전망이다.
폐업한 소상공인의 취업·재창업 준비를 지원하기 위한 1,000억원의 ‘폐업점포 재도전 장려금’은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정부는 취업이나 재창업 관련 온라인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이들에게 각 50만원씩을 지급한다는 방침이지만 경기침체 장기화로 각 상가의 공실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재창업에 뛰어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교육이수 등도 코로나19 국면에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임시일자리’ 만들기도 이번 예산안에 포함됐다. 정부는 중위소득 50% 이하를 대상으로 한 자활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5,000명을 대상으로 2개월간 월 180만원 정도의 임금을 제공하는 단기일자리를 제공하고 이후 근속장려금 2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관련 예산은 300억원가량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경기침체라든지 코로나19 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데, 지금처럼 자영업자 지원책을 계속 내놓으면 이후에도 이 같은 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향후 지방선거 일정 등을 감안하면 결국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지원금 살포가 이어지는 포퓰리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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