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유동성이 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넘치는 돈이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쏠리며 과잉 유동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통화량(M2 기준)은 3,092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5조7,000억원(0.5%)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1%나 늘어나며 2009년 10월(10.5%)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과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 등으로 구성된다. 가계나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유동성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보편적 지표로 활용된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기업과 가계 및 비영리단체 유동성이 각각 11조5,000억원씩 증가했다. 기타 금융기관은 1조8,000억원 늘었다. 반면 지방정부의 재정 집행이 이뤄지면서 기타 부문은 8조8,000억원 감소했다. 상품별로는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13조7,000억원), 요구불예금(3조2,000억원) 등 결제성 예금이 늘었다. 반면 2년 미만 정기 예적금(-8조5,000억원)은 줄었다.
시중 유동성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추는 등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정부의 기업자금지원정책도 영향을 끼쳤다. 시중에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충격을 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과잉 유동성이 자산가격 버블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가격 버블이 붕괴될 경우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져 더 큰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경기부양에 큰 도움을 줄 수도 없다. 한은도 10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시중 유동성이 단기화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단기 자금이 수익 추구를 위해 자산시장으로 쏠릴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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