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영끌’이 안타깝다고요? 그럼 4050세대는요? ”
지난 11일 하남 감일지구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김모씨의 넋두리다. 30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주택 매수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을 겨냥한 것이다.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할 사전청약 물량 6만가구는 김씨의 말처럼 40~50대에게 ‘그림의 떡’이다. 사전청약 물량은 전량 공공주택으로 1주택자의 갈아타기가 원천 봉쇄돼 있다. 공공주택은 순위순차제(일반분양분)로 당첨자를 뽑는다. 3년 이상 무주택자 가운데 납입액이 많은 사람부터 당첨된다. 무주택자라도 특별공급 대상자에게 밀려 당첨은 ‘넘사벽’이다. 이번 물량의 85%가 생애최초와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양가족 수와 무주택 기간 등을 합산하는 민영주택가점제에서 불리한 30대 젊은층이 사전청약제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김씨는 “30대는 분양받을 기회라도 있지만 4050세대는 ‘청포자(청약포기자)’ 처지가 됐다”며 “30대 몰아주기가 과도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사전청약제의 차질없는 추진을 자신한다면 민영주택 공급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30년 전 1기 신도시가 그랬다. 당시 정부는 막대한 신도시 개발 비용을 고민한 끝에 ‘택지 선수공급’을 고안했다. 이 제도는 택지를 선분양하고 그 대금으로 토지를 보상하는 방식이다. 민간 주택업체들은 일감을 챙기고 정부와 공공기관은 사업비 부담을 더는 ‘윈윈’ 효과를 거뒀다. 그 결과 1989년 11월 분당 시범단지 첫 분양물량 4,036가구는 주택 크기별로 중소형(17~32평) 2,060가구와 대형(48~79평) 1,976가구 등 고른 분포를 보였다. 당시 분양가격을 통제했음에도 ‘로또’ 차익을 흡수한 뒤 공익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채권입찰제’를 실시한 것도 이채롭다.
/권구찬기자 ch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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