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지 국세청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일선 세무서장들에게 지시한 내용은 법인·사모펀드와 30대 이하의 부동산 거래를 집중적으로 감시하라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무조사 부담은 덜어주는 대신 국가적 어려움을 틈탄 악의적 탈세·체납에는 단호한 의지로 엄정 대응한다는 의지인 셈이다. 국세청은 부동산 시장과열에 따른 변칙 탈세에 대해 ‘현미경식’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김 청장은 15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민생침해 탈세, 공정경제 구현을 저해하는 사익편취 등 중대 탈루행위 근절에 조사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과열에 편승한 변칙적 탈세에 대해 자산 취득부터 부채상환까지 꼼꼼히 검증하고 제대로 과세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청장이 주요 검증 대상으로 짚은 부분은 법인·사모펀드의 다주택 취득, 30대 이하 연소자의 고가 아파트 취득 등과 관련된 변칙적 자금이동이다. 특수관계자 간 채무 등 탈루 가능성이 높은 채무를 중점 유형으로 선정하고, 부채상환 전 과정의 채무면제 등 편법증여 여부를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가족 등 특수관계인으로부터 빌린 자금으로 주택을 사들였다면 실제 상환이 이뤄지는지, 편법증여가 아닌지를 집중적으로 살피겠다는 것이다. 고가·다주택자의 차명계좌를 통한 임대소득 누락, 주택임대사업자의 허위비용 계상, 부당 세액감면 혐의 등도 정밀 점검한다.
아울러 고액·상습 체납자의 은닉 재산 추적도 강화된다. 올해 세무서에 신설된 체납전담조직(체납징세과)을 중심으로 현장수색을 확대하고, 고액·상습 체납자의 친·인척에 대해서도 금융조회를 적극 실시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은닉 방조한 혐의가 포착된 주변인도 고소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서민 생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불법 대부업자, 유사 투자자문, 건강보조식품 업체 등의 민생침해 탈세행위에도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다. 수입 문구 등 신종·호황 유통업체에 대한 단계별 추적조사를 실시하고, 불법 미등록 PG 등 유사 자료상 관리도 강화한다. 특히 공직경력 전문직 가운데 고의적으로 수입 및 소득을 탈루하는 경우에는 현장정보·탈세제보를 활용해 집중 검증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온라인 세무서비스 홈택스는 ‘홈택스 2.0’으로 업그레이드에 나선다. 신고방법을 세법 중심으로 안내하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홈택스 2.0에서는 납세자와 문답을 진행하며 신고항목을 채워가는 문답형 신고가 가능해진다.
한편 이날 회의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감안해 지방청장 및 고위공무원단, 회의 진행 주무과장 등 핵심인력 42명만 참석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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