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되지 않는 상황을 전대미문의 시기라고 정의하고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홍 경제부총리는 지난 3월 1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홍 부총리가) 이렇게 소극적이면 나라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만큼 확장재정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랬던 홍 부총리가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서자 ‘나라 곳간’을 책임진 경제사령탑마저 ‘재정 만능주의’에 가깝게 다가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 부총리는 16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조정식 민주당 의원이 확장재정 비판에 대한 견해를 묻자 “지금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서 내년까지는 확정재정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3차 추경까지 정부의 재정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1%”라며 “4차 추경까지 포함하면 3.4% 규모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5.8%로 우리나라가 중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가 재정 투입 요소를 줄이면서도 가장 선방하고 있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홍 부총리는 “금융지원까지 합친 금액으로 보면 227조원을 기준으로는 한국이 13%라서 G20 중에서는 상위권에 위치한다”고 재정지출 규모를 설명했다. 59년 만에 4차 추경으로 올해 국가채무가 지난해보다 106조원 이상 급증한 상황에서 재정지출 규모가 결국 상위권이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홍 부총리도 이를 인식하고 재정수지를 -6% 이내로 관리할 수 있도록 중기 대응 계획을 세우겠다는 목표지만 ‘재정 중독’ 경고음에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여당의원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를 질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젊은층 맞벌이 부부의 경우 소득 요건 문제로 특별 공급을 못 받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대책을 물었다. 또 1가구 1주택의 경우 LTV 규제 완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맞벌이 부부 특별공급은 소득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청약기준을 개선하는 정부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LTV 규제 완화를 위해서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그는 “지역별 LTV 규제로 일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지만 지금은 우선 시장의 불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딜펀드와 관련해서는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원금보장에 대해 지적했다. 홍 부총리는 “뉴딜 프로젝트의 특성상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지만 뉴딜 펀드 자체가 원금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유 의원은 성장지원펀드·성장사다리펀드의 절반이 투자처를 못 찾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뉴딜 펀드로 인해 과잉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 부총리는 성장지원펀드 등은 사용처가 제한된 부분이 있었다며 뉴딜 펀드와 사용처가 중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송종호·박진용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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