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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금지법, 수요공급 원리 무시...이러다 모빌리티시장 외국에 내줄것"[청론직설]

[이종욱 한국모빌리티학회장]

면허사업자만 택시사업 하도록 더 강한 진입장벽 설치

공급 확대 여지 원천봉쇄 '제2의 타다' 불가능한 상황

미래 변화 대비 못하면 한국형플랫폼 성장 전에 무너져

모빌리티 혁신 위해선 진입규제 풀고 법제도 정비 시급

이종욱 한국모빌리티학회장이 16일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모빌리티 산업 혁신 방안을 얘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정부와 택시업계가 규제에만 기댄 채 미래 기술 변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며 “택시업계도 쇠퇴하고 한국의 플랫폼 사업도 외국 업체에 시장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호재기자






올해 3월6일 이른바 ‘타다금지법’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카풀 스타트업들이 자취를 감췄다. 이런 상황에서는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탄생은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타다금지법이 아니라 모빌리티혁신법”이라며 ‘제2의 타다’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택시면허 사업자를 기반으로 한 가맹점택시 사업만 활기를 띠고 있을 뿐 혁신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인 이종욱 한국모빌리티학회 회장을 16일 만나 한국 모빌리티 산업의 현주소와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들어봤다. 이 회장은 “‘타다금지법’은 시장이 작동하는 수요공급 원리를 무시한 것으로 더 센 진입규제법”이라며 “‘제2의 타다’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정부와 택시 업계가 규제에만 기댄 채 미래 기술 변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외국 업체에 국내 모빌리티 시장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타다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6개월가량 지났다.

△지난 3월 ‘타다’를 금지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국내 모빌리티 시장 구도가 변했다. 웨이고·마카롱택시 등 택시면허 사업자를 기반으로 하는 가맹점택시 사업과 카카오T처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택시와 고객을 연결하는 중개 플랫폼이 활성화하고 있다.

-법인택시와 손잡은 가맹택시 일색의 모빌리티 경쟁만 치열한 것 같은데.

△가맹점택시는 우버와 타다 사태를 겪으면서 택시 업계가 자구책으로 제시한 대안이다. 택시 업계도 서비스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앱을 깔면 이전보다 쉽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장점이다.

-하지만 서비스 문제 등에 대한 지적이 여전하다.

△국내 택시 시장은 아직도 공급자가 주도한다. 가맹점택시는 기본적으로 법인·개인택시 기반이기 때문에 심야시간·출퇴근시간 등에 수익성이 좋은 고객을 골라 태우는 등 고질적 문제점을 갖고 있다. 또 훈련 및 교육도 미흡하다. 무엇보다 운전자 자질, 서비스 마인드 등이 택시 사업자와 운전자의 평가에 반영되는 법·제도 시스템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인 공급자와 소비자의 복리후생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지만 택시 사업에서는 소비자의 관점, 즉 깨끗한 택시와 친절한 운전자 문제는 간과되고 있다.

-타다금지법이 통과될 때 국토부가 ‘제2의 타다’가 나타날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법안 통과 당시 국토부는 타다금지법이 아니라 모빌리티혁신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위 법령을 다듬어 ‘제2의 타다’가 달릴 혁신의 길을 터주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타다금지법은 면허사업자만 택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더 강하게 규제해 공급 확대 여지를 원천봉쇄했는데 ‘제2의 타다’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국토부의 장담은 수요·공급의 시장원리를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됐다. 정부가 만든 제도와 충돌하지 않는 틈새시장 및 공익 부문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작아서 국토부가 기대하는 ‘제2의 타다’와 같은 붐은 불가능하다.

-학자 관점에서 타다금지법에 대해 평가한다면.

△운수업은 허가 사업이고 이해관계자가 많으므로 타다금지법 같은 진입규제가 있으면 비즈니스 혁신은 성공하기 어렵다. 혁신이라고 해봤자 공급자 기반 서비스에 고객 접근을 편리하게 하는 모바일 기술의 결합 정도일 것이다. 카카오택시와 경쟁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이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진입규제 속에서 혁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타다와 같은 창업기업들이 출범 초기부터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형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뒷받침도 미흡하다.

-모빌리티혁신위원회가 지난달 권고안 초안을 공개했는데.

△모빌리티혁신위가 규제혁신형으로 내놓은 것이 플래폼운송 사업이다. ‘타다’와 유사한 비(非)택시 사업이다. 내년 4월부터 본격화할 예정인 이 사업에 진입하는 모빌리티 업체는 택시발전기금 차원에서 기여금을 내야 한다. 사업자별로 택시 운행 횟수나 보유 택시 대수에 따라 기여금 액수가 결정된다. 정부는 기여금을 관리하는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기존 택시면허증 매입을 통한 택시 감차와 기사들의 복지 개선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스타트업계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규제혁신형은 택시면허 총량 범위 내에서 플랫폼택시를 허용하고 운행 대수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정부 기대대로 활성화될지 의문이다. 정부는 매년 1,000개 이상의 면허를 매입해 택시 허가 총량을 관리해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한다. 재정 투입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플랫폼택시 사업자들이 내는 기여금 범위 내에서 면허 매입을 한다고 가정하면 매년 1,000대 매입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이렇게 공급과잉 해소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플랫폼 사업자들이 기여금 등의 비용까지 지불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 구체적인 경제적 분석을 통해 플랫폼택시가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시아에도 뒤질 정도로 한국의 모빌리티 산업에 혁신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택시를 면허 사업으로 한정해 공급을 제한하는 정책을 계속하면서 모빌리티 혁신이 사실상 멈춘 상태다. 2013년 미국계 우버를 필두로 2016년 국내 스타트업인 벅시·플러스·럭시, 2017년 차차, 2018년 타다와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잇달아 등장했는데 이 가운데 현재 남아 있는 것은 카카오모빌리티 한 곳뿐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우버·리프트(미국), 그랩(싱가포르 기반 동남아), 볼트(에스토니아), 디디추싱(중국), 올라(인도), 99(브라질) 등 새로운 모빌리티 기업이 속속 탄생했다. 해당국 정부에서 진입규제를 확 낮추거나 아예 없앴기 때문에 가능했다.

-모빌리티 혁명이 현실화하려면 여러 분야의 협력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는데.

△해외와 달리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한국만 승차공유 기업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도태되는 상황이다. 그 이유 중 하나로 협력과 소통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 이른바 사회자본 축적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택시면허 및 택시 수는 택시기사의 생계수단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빌리티 혁명을 추진하려면 모빌리티 산업의 기술 발전과 변화에 대한 소통을 통해 협력과 이해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모빌리티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산업의 융합적 성격, 즉 4차 산업의 특성을 보면 기업이 선도하고 정부·국회·학계 등이 개방된 자세로 협력과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협력과 소통 없이 모빌리티 혁명을 기대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새로운 모빌리티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가 실용화되면 자동차는 소유의 대상보다 필요할 때 이용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다. 완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경우 승용차 수가 지금에 비해 80%까지 줄 수 있다는 보고서도 있다. 완성차 업체인 일본 도요타와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가 그랩에 투자하는 등 국내외 대기업들이 승차공유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이런 시대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모빌리티 분야에서 기술 변화가 가져올 잠재력이 엄청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에도 정부와 택시 업계가 규제에만 기댄 채 미래 기술 변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모두가 살아남을 수 없다. 택시 업계도 쇠퇴하고 한국의 플랫폼 사업도 글로벌 경쟁력이 앞선 외국 업체에 시장을 내주게 될 것이다. 우버·디디추싱·그랩 등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한국형 플랫폼은 성장하기도 전에 무너질 수 있다. 시대 변화에 맞춰 시장 규제를 완화하고 법·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모빌리티학회가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타다’ 서비스에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훨씬 넓은 모빌리티 시장이 발전하면서 변화할 기술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한 실정이다. 모빌리티는 ‘사람과 사물의 이동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자동차뿐 아니라 로보틱스·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을 모두 아우른다. 모빌리티학회는 기존 기업 간 융합 및 업권 경계를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와 창업기업의 등장을 돕고 이들이 법률적 리스크가 없도록 예측 가능한 법·제도가 갖춰지도록 논의의 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 소통을 통해 신산업 성장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모빌리티 분야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는 가운데 유니콘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계획이다.

shim@sedaily.com



1953년 경남 남해군에서 태어나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중소기업학회장·한국국제금융학회장·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과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평가단장 등을 지냈으며 올해 6월부터 한국모빌리티학회장을 맡고 있다. ‘다원성, 경영 패러다임 변화와 경제성장 원천’ ‘상생 경영’ 등의 저서와 ‘혁신성장의 원리와 스타트업 금융’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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