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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초 경제]BTS 글로벌 무대 의상 구찌는 되고 동대문 패션은 안되고







얼마 전 중소기업, 스타트업, 소상공인 대표님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힘들 이야기는 들어도 들어도 끝이 없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하나 같이 그들이 말미에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BTS가 블랙핑크가 우리 제품 좀 입어 줬으면, 써 줬으면, 먹었으면...”

대표님들의 말은 마치 “‘로또’나 됐으면 좋겠어요”처럼 들렸습니다. 그럴 리가 없기 때문이죠. 그들이 중기, 스타트업, 동대문 제품을 ‘PICK’하게 하는 데는 중기, 스타트업, 소상공인의 몇 년 치 수익이 들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통시장, 동대문, 남대문 시장 사장님들은 정말 하루 하루 버티기가 힘든데, 이런 꿈이라도 가져보는 게 당연해 보이면서도 씁쓸했습니다.

자영업자 사장님, 스타트업 사장님들이 이 같은 로또에 당첨될 확률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BTS를 비롯해 글로벌 K팝 아이의 영향력 때문일 것입니다. 이들이 입고 먹고 마시고 읽는 것들은 바로 바로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얼마 전에는 BTS의 멤버 RM과 슈가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손원평의 소설 ‘아몬드’를 읽어 이 소설은 역주행에 성공했습니다. 9월 둘 째 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 2위에 오른 것입니다. 2017년 출간됐고 인기 소설이기도 했지만 역주행은 BTS 효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안 팔린다는 책마저도 BTS는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있으니 그 영향력이 짐작이 되는 대목입니다.

BTS의 영향력이 최근에는 다소 아쉽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지난 4~6월 전국에서 10만 곳 넘는 점포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8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 정보 분석에 따르면 2·4분기 전국 상가 점포는 256만 9,824곳으로 1·4분기 267만 3,767곳 대비 10만 3,943곳이 감소했다. 3개월 동안 하루에 1,100여 개 꼴로 점포가 사라진 셈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품 매출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들어 백화점 전체 매출은 지난 7월까지 매달 마이너스 신장률을 기록했지만, 명품의 매출은 지난 3월을 제외하고 매달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32.5% 증가하며 1년래 가장 큰 증가폭을 보엿습니다. 여기에 더해 일부 명품 브랜드는 최근 10% 가격을 인상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끄덕 없는 명품 매출의 비결은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로부터 추측이 가능합니다. “1020 세대의 명품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백화점에서도 1020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1020 사이에서 부는 ‘명품 광풍’에서 과연 BTS를 비롯해 아이돌은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언제부터인지 구찌, 샤넬, 버버리, 디올, 펜디 등은 아이돌의 인기의 척도가 됐습니다. 어떤 브랜드 협찬을 받고 공항 패션, 출근길 패션 등에 등장하느냐에 따라서 아이돌의 등급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입고 들고 신은 제품들은 불티나게 팔려 나갑니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면 기자가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아이돌 멤버가 떠오릅니다. 그는 계속해서 같은 운동화를 신고 나와 눈길을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그가 밝힌 같은 운동화를 신는 이유는 바로 “팬들이 부모님 졸라서 자꾸 새 운동화 사 달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팬들의 부모님에게 부담 드리고 싶지 않았다”였습니다.

얼마 전 RM이 국립현대미술관문화재단을 통해 1억 원을 기부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미술애호가인 그는 미술책 읽는 문화가 확산하고 청소년들이 예술 감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의 생일을 맞아 기부를 하게 됐다고 합니다.

기부도 좋은 일입니다만, 인기와 영향력을 힘들어하는 이웃을 위해 조금 나누는 것은 어떨지 하는 생각도 가져봅니다.

더욱이 BTS는 세월호를 추모하는 곡 ‘봄날’을 불렀고, 스스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물론 명품 브랜드 협찬을 받고 광고를 찍고 PPL을 하는 것이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스타로서 가장 빛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도 이해하며, 스타는 팬들에게 판타지와 같은 존재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PPL 몇 분 노출에 1억을 불렀네”하는 말들이 들려올 때마다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과연 스타는 명품, 고가 브랜드로 화려하게 꾸며야만 하는 존재일까요?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입고 먹고 읽고 하는 것들이 광고와 연결된다는 것, 수익과 연결되니 어쩔 수 없지 않냐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그런데 앞서도 말씀드렸듯 BTS는 이제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을 끼치는 ‘거물’입니다. 그리고 팬들에게 그들의 영향력은 막대하고요. 팬들은 그들이 입는 명품, 고가 브랜드를 입고 싶지 않을까요? 10대들의 명품 사랑을 부추기는 건 BTS뿐만 아니라 K팝 아이돌의 명품, 고가 브랜드 착용이 한몫 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BTS는 얼마 전 9시 뉴스에 출연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코로나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소상공인을 비롯해 중기, 스타트업들이라는 뉴스는 못 읽고 못 들었을까요. 그들이 전하는 희망이 최근에는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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