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제약(019170)이 올해에만 주가가 27배 이상 치솟으며 시가총액이 10조원 마저 넘어섰다. 아모레퍼시픽·삼성화재·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굴지 대기업보다 몸값이 커졌다. 신풍제약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에 포함될 정도로 몸집이 단기간에 커졌지만 증권사들이 기업 가치 산정에 난색을 표하면서 올 들어 증권사 분석보고서는 전무한 상황이어서 결국 ‘깜깜이 투자’만 반복되고 있다.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신풍제약은 전 거래일보다 4만5,500원(29.84%) 오른 19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에 비해 27.34배나 올랐다. 우선주인 신풍제약우(019175)도 전날보다 4만1,500원(20.65%) 올라 24만2,500원에 마감했다. 신풍제약의 이날 거래대금은 2조512억원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1위였다.
신풍제약의 시가총액은 이날 10조4,910억원까지 치솟았다. 유가증권시장 내에서 30위로 아모레퍼시픽(9조8,503억원), 삼성화재(8조8,354억원), 하나금융지주(8조4,518억원)보다도 크다. 코스닥 상장사 중에서는 신풍제약보다 시가총액이 큰 종목이 셀트리온헬스케어(14조9,331억원)밖에 없다.
신풍제약이 급등한 계기는 회사에서 개발하는 말라리아 신약 ‘피라맥스’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7,240원에 거래를 마쳤던 신풍제약 주가는 이후 올 7월22일까지 16.98배나 올랐다. 7월28일 장중 한때 5만5,000원까지 떨어지면서 상승세가 꺾였지만, 그간 시가총액이 급격히 커진 영향으로 MSCI 한국 지수, FTSE 지수에 나란히 포함되면서 외국계 패시브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장 MSCI 한국 지수에 본격 편입되기 시작했던 지난달 31일에는 외국인이 신풍제약을 1,434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날 역시 FTSE 편입 효과에 따라 외국인이 국내 주식 중 신풍제약을 가장 많이 순매수(1,879억원)했다. FTSE 지수 변경이 이날 장 마감 이후 반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신풍제약이 오는 12월 코스피200 지수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풍제약이 대마(大馬)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신풍제약 관련 증권사 공식 보고서는 하나도 없어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묻지마 투자’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도 쉽게 신풍제약 관련 분석 보고서를 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펀드매니저는 “신풍제약의 신약 효능은 물론이고 코로나19 치료제 시장 규모 자체를 가늠하는 데 애널리스트들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며 “모든 제약 관련 애널리스트가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연구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를 숫자로 표현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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