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해외자원개발에 수십조원을 쏟아부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투자액의 절반도 건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2019년도 해외자원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까지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한국전력공사 및 자회사 등 공기업의 누적 투자액은 388억8천만달러이며 이 가운데 40.0%인 155억3천700만달러를 회수했다.
최근 환율을 적용하면 약 45조원을 쏟아부어 19조원 정도만 건진 것이다. 회수액에는 이익이나 배당,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취득한 금액이 포함됐다.
같은 기간 민간기업의 누적 투자액은 391억900만달러, 회수액은 투자액의 84.5%인 330억3천만달러로 집계됐다.
민간기업은 공기업보다 2억3천만달러 많이 투자해 174억9천300만달러를 더 벌었다. 투자액 대비 회수액 비중은 민간기업이 공기업의 2배다.
작년 말까지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총금액은 780억500만달러이며 회수액은 487억5천500만달러로 62.5%의 회수율을 기록했다.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진행 중인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작년 말 기준 65개국에서 427개(석유가스 119개·광물자원 308개)다.
석유공사는 작년 말까지 215억5천600만달러를 투자해 절반(51.1%)에 해당하는 110억1천800만달러를 회수했다.
해외에서 진행 중인 26개 사업 가운데 예멘 4 탐사와 우즈베키스탄 웨스트 페르가나&차이나배드(West Fergana & Chinabad) 사업에서는 아직 투자액을 회수하지 못했고, 대표적 부실 사업으로 꼽히는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은 40억8천만달러를 투자해 3천400만달러를 회수하는 데 그쳤다.
가스공사는 작년 말 기준으로 투자액 107억600만달러의 33.8%인 36억2천100만달러를 회수했다.
캐나다 혼리버 키위가나 광구를 포함해 21개 해외사업 중 10개 사업에서 회수 실적이 ‘0’이었다. 가장 규모가 큰 호주 글래드스톤액화천연가스(GLNG) 프로젝트에선 39억6천800만달러를 투자해 3억5천200만달러(8.9%)만 회수했다.
광물자원공사는 작년 말까지 22개 해외사업에 47억8천500만달러를 투자했으나 회수율이 14.6%(6억9천80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7개 사업에서는 아직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고, 최대 규모로 투자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은 투자액 15억3천만달러 중 3천만달러만 회수했다. 광물자원공사는 이 사업의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멕시코 볼레오 동광 사업과 파나마 코브레파나마 동광산 사업에는 각각 15억3천만달러, 7억4천600만달러를 투자해 1억8천100만달러, 1억2천700만달러를 회수했다.
이밖에 한국전력과 자회사들이 5개국에서 13개 사업을 진행 중이며 작년까지 18억3천만달러를 투자해 10.9%(2억달러)의 낮은 회수율을 기록했다.
다수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에서 회수율이 저조한 것은 2014년 말 이후 자원가격 하락으로 보유 자산 가치와 수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생산에 돌입해야 할 사업들이 자원을 너무 낮은 가격에 팔거나 사업성이 부족한 탓에 생산이 중단 또는 지연된 것이다.
2011년 배럴당 105.98달러였던 석유 평균 가격(두바이유)은 2016년 41.41달러로 급락했다.
이후 2017년 53.18달러, 2018년 69.66달러로 조금씩 회복세를 보였으나 2019년엔 63.53달러로 또다시 떨어졌다.
가스 가격(동북아 현물가격)도 2011년 t(톤)당 677.03달러에서 2016년 296.30달러로 하락했다. 2018년 505.57달러로 반등했지만, 2019년 310.80달러로 급락해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유연탄·철광석·동·아연·니켈·우라늄 등 6대 전략 광종도 2014년 이후 가격이 하락했거나 정체했다. 철광석과 동, 니켈, 우라늄은 작년 가격이 2014년보다 적게는 4%, 많게는 22%가량 빠졌다.
자원가격 하락 외에도 사업의 경제성 부실 검증, 차입에 의존한 무분별한 투자 등 공기업의 비효율과 역량 부족이 문제로 지적된다.
자원 공기업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에서 대규모 부실이 드러났고 무리하게 차입한 탓에 부채를 감당하지 못할 처지가 됐다.
이에 각 공기업은 현재 비효율·비핵심 자산을 철수 또는 매각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역시 최근 ‘해외자원개발 혁신 2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자원 공기업의 재무 상황과 해외 사업을 재평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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