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광풍을 타고 주식시장 입성 전부터 존재감을 뽐냈던 공모주들 가운데 상장 이후에는 첫날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의 ‘투자 대박’을 계기로 상장 초기의 관심이 과열되면서 시간이 지나면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공모주들이 상장 첫날에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를 형성한 뒤 상한가)’을 기록하는 등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주가가 ‘오버슈팅’한 틈을 타 기관투자가들의 매도물량이 나오면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국내 증시에 입성한 26개 상장사(코스피 1개, 코스닥 25개) 가운데 77%(20곳)의 이날 종가가 상장 첫날 시초가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증시 입성 첫날 시초가를 웃도는 곳은 단 6곳에 불과했다. 시초가 대비 하락한 종목의 평균 낙폭은 -17.06%로 나타났다. 이날 종가 기준 공모가에조차 미치지 못하는 기업도 8곳인 것으로 드러났다.
상장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공모주 가운데 다수는 공모가가 희망범위 최상단에서 결정되고 1,000대1을 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종목들이다. 그럼에도 증시에 정식으로 뿌린 내린 후에는 열기가 급격히 식는 모습이다. 새내기 종목이 ‘과열론’에 불을 지필 정도로 단기 급등세를 탔고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기관의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공모주의 주가가 상장 초기를 정점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기업의 적정가치는 결국 공모가”라며 “투자자의 높은 기대에 시초가가 과열 양상을 나타내니 이후 주가는 상대적으로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승배·김민석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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