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고용률 상승세 둔화 현상이 제조업이 아닌 자영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 위기에서 기인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타격이 대면 서비스업에 집중되는 만큼 향후 고용률 충격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다.
28일 한국은행 조사국 소속 박창현 과장과 유민정 조사역이 발표한 ‘고용률 상승세 둔화요인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15~64세 비농림업 고용률 추세 기울기는 1981~1997년 1.2에서 1997~2019년 0.3으로 크게 하락했다.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된 지난 8월 고용률이 지난 2월 대비 1.1%포인트 떨어진 만큼 고용률 추세는 더 떨어질 수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현상이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경제활동참가율(경활률) 상승세가 완만해지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산업부문별로 살펴보면 제조업·건설업 등을 포함한 재화부문은 2000년대 이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서비스부문 고용률 상승폭이 축소됐다. 박 과장은 “막연히 제조업 고용률 하락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2000년대 이전 이야기”라며 “전체 고용률 상승세 둔화는 주로 서비스부문 고용률 변동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비스부문 중에서도 자영업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고용률 상승세가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자영업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1인 자영업을 중심으로 자영업자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숙박·음식, 도소매, 전문·과학·기술, 개인서비스 등 자영업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 부문에서 감소세가 나타나거나 증가세가 현저히 둔화됐다. 코로나19 영향이 장기화돼 경활률 저하가 고착화될 경우에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률 충격이 더욱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15~64세 경활률은 지난 2월 69.6%에서 지난 8월 68.0%로 하락한 상태다.
보고서는 자동화·디지털화에 따른 산업·직업 구조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30~50대 핵심노동인구의 경제활동 참여가 축소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고용률 상승세가 더욱 제약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경제발전에 따라 자영업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서비스부문의 노동생산성 향상이 노동수요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과장은 “고용률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비스부문 종사 비중이 높은 여성·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계속 유도해야 한다”며 “고용유발효과가 높은 연구개발·디자인·마케팅 등 생산자 서비스업 투자 확대나 디지털 신규 일자리 창출 등 고용여력 확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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