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업무를 보는 관련 기관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하려는 움직임이 여권을 중심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 관련 업무를 한 부처로 집중시키려는 것이지만 ‘실세장관’으로 불리는 박영선 장관의 역할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28일 국회와 중기부 등에 따르면 중기중앙회 출신인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원회 산하 정책보증기관인 신보를 중기부로 이관하는 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기보가 중기부로 넘어간 상황에서 신보의 이관도 시간문제였지만, 여당이 본격적인 액션에 돌입한 것은 처음이다. 여권은 신보 대출업무의 99%가 중소기업 관련이기 때문에 자금집행 일원화를 통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기보와 신보를 한데 묶어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의 반발을 의식해 신보에 대한 감독권한은 금융위가 유지하고 관리는 중기부가 맡는 식으로 이원화하는 절충안을 법안에 담았지만 180석의 ‘거대여당’의 힘으로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같은 당 이성만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을 중기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 의원은 지난 23일 중소기업연구원과 중소기업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입법을 위한 사전작업에 착수했다.
다른 부처 산하기관을 중기부로 이관하는 법안 외에도 중기부를 위한 조직신설 법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중소기업 판로지원 전담기관 설립 추진 법안을 발의했다. 중소기업제품의 판로, 생산, 유통망 등을 지원하는 전담기관을 설립하자는 안으로 현재 중기부 산하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에 공사 기능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여당이 ‘중기부 조직 확대’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여론의 힘을 얻는 적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산하 기관을 잃어야 하는 부처나 중기부 이관을 원치 않는 산하기관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당장 신보를 떠나 보내야 하는 금융위는 내부적으로 마뜩치 않아 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보가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기능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중기부 이관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이번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확인했듯이 신보의 금융지원이 기능이 금융정책 전반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며 “국회 논의과정에서 이런 점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의 중기부 이관을 가만 두고만 보고 있지 않겠다는 반발이 내포된 표현이다. 중소기업 관련 자금집행기관의 핵심 역할을 해 온 IBK기업은행의 중기부 이관설도 나왔지만 기업은행 노조가 강력 반발하자 여권 내부에서는 “기업은행의 주무부처 이관에 대한 어떠한 것도 검토하거나 추진한 바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금융위 노조의 반발 강도에 따라 ‘미완’에 그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 정국으로 돌입하는 내년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표 결집을 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기관의 중기부 이관을 적극 지지할 경우 ‘외청’ 수준에 머물렀던 중기부가 현 정부 들어 과기부, 산업통상자원부부 등과 함께 ‘빅(big) 부처’로 등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야당의 한 의원은 산업부 산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를 중기부로 이관하는 의견을 산업부 장관 등에 직접 질의하는 등 여야를 막론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표심을 얻기 위해 ‘슈퍼 중기부’에 뜻을 같이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예산만 봐도 중기부의 위상은 점점 커지고 있다. 중기부 본 예산(추가경정예산 제외)은 2019년 10.3조원에서 올해 13.4조원으로 늘더니 내년엔 17.3조원(정부 제출안 기준)으로 확대됐다. 부처 가운데 증액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평가다. 이 같은 ‘슈퍼 중기부’는 실세 장관인 박 장관이 역할을 해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세 장관을 앉힌 배경에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업무를 한데 모으고 부처 칸막이를 없애 효율성을 제고해 달라는 취지가 반영돼 중기부의 슈퍼부처 가능성도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서울시장 후보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박 장관이 중기부 권한 강화를 마무리 짓겠다는 강한 의지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기부의 정책대상은 넓지만 부의 권한이나 전담 기관은 부족하다는 공감대가 여권내에서 형성돼 있어 관련 부처의 중기부 이관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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