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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상속·증여세가 탈법 조장...富의 해외유출 부채질도

[해도 너무한 상속·증여세 폭탄]

상속·증여세 부담 비중

OECD서 두번째로 높아

중기 경영권 방어 취약에

100년 장수기업 탄생 발목

최대주주 할증도 폐지해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두 달 후 최종 과세금액이 확정되면 각각 2,000억원과 1,000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최장 5년까지 나눠 내는 연부연납이 가능하다 해도 적지 않은 현금이 필요하다. 만약 주식 매각으로 세금을 납부한다면 최대주주 지분율이 떨어지는 부담이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 받은 CJ 오너 일가 2세 이경후·이선호씨도 세무서에 납세담보를 맡기고 연부연납을 택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통상 현금을 넉넉히 갖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상속·증여세는 분납하는 사례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50%의 부담은 사업승계를 통한 기업의 영속적인 발전은 물론이고 저축과 투자 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편법 증여나 편법 상속의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두 세대쯤 건너가면 경영권을 유지하기 힘들고 100년 장수기업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과도하게 높은 세율 탓이라는 비판이 많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1월 “한국의 재벌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상속세 때문에 위기에 직면했고, 상속세를 감당 못해 기업을 팔고 해외로 떠나는 이들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FT는 지난 2018년 경영권을 승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남매들이 5년간 9,215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고 소개했다.





점점 취약해지는 경영권 방어

상속·증여세는 기업 영속성을 떨어뜨려 투자 의지를 꺾는 대표적인 세목이다. “지나치게 큰 세금 부담이 산업 경쟁력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가업을 승계하면 세금을 공제해주는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있지만 까다로운 조건과 사후관리규정 탓에 활용도는 낮다. 최근 여당이 추진하는 기업규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으로 경영권 방어수단이 취약해지는 점까지 고려하면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기업 의지를 꺾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을 헐값에 매각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의 사례도 적지 않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상속·증여세는 단골 메뉴로 등장하지만 정부는 ‘부자 감세’와 부의 이전을 방치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요지부동이다. 그나마 감면 규모가 얼마 되지 않는 공제 정도만 찔끔 건드릴 뿐 세율은 변화를 주지 않는다. 상속·증여세는 조세의 합리성 보다는 정치적인 영역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자칫 싱가포르와 같이 상속·증여세 부담이 작은 나라나 조세회피지역으로 부의 유출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21대 국회 출범 당시 내놓은 ‘주요 입법 정책 현안 과제’ 보고서를 통해 “해외 주요국의 상속세 면세점과 실효세율을 고려한 실질 세 부담률에 대한 보다 면밀한 비교·검증을 바탕으로 상속세율 인하의 필요성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며 “상속세율 인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OECD 중 두 번째로 높아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부담 비중은 한국의 경우 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중에서 두 번째로 높다. OECD 평균이 0.1%이며 미국(0.1%), 독일(0.2%), 영국(0.3%)이 우리보다 낮고, 일본은 0.4%로 우리와 같은 수준이다.

상속·증여세수는 지난 2009년 2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8조3,000억원으로 3.5배가량 증가했고, 전체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에서 2.8%로 커졌다. 조세 전문가들과 정부 내부에서도 최고세율 50%는 지나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과거 세원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던 시절부터 매겨졌기 때문에 이제는 최소 30%대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상속·증여세를 폐지하거나 부담을 완화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을 맞추게 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일부 계층에서만 높은 세율을 부담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30% 후반까지 세율을 하향 조정해 더 많은 사람이 부담하도록 세원을 넓히는 게 바람직하다”며 “지분의 경우 주식으로 바꿔서 팔면 양도소득세를 낼 수 있으니 양도세랑 통합하는 방식 등 실효성 있는 과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주주 할증부터 폐지해야

특히 조세법 학계에서도 우리나라에서만 별도 형식으로 존재하는 최대주주 할증률(대기업 20%)을 없애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상속세율 자체가 높은데 거기에 다시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명목으로 다시 할증을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경우 실질적으로는 세율이 50%가 아니라 60%인 셈이다. 지난해 세법개정안 논의 과정에서도 업계에서는 강하게 폐지를 주장했지만 대기업에 대해서는 30%를 20%로 낮추는 데 그쳤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이다. 전규안 한국세무학회장은 “상속 시점에서 과세하지 말고 상속인이 상속자산을 처분하는 시점으로 과세 시점을 이연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황정원·박효정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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