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은 1446년 10월26일 길이와 부피의 계량체계를 확립했다. 이날을 ‘계량측정의 날’로 삼아 오늘날 충남 당진에 있는 한국도량형박물관에서 해마다 기념식을 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치(寸·약 3.03㎝)·척(尺·30.3㎝) 등 전통 측정단위 소개와 그것이 담긴 민화 전시, 현재의 ㎏·m 등 국제표준원기(SI) 설명까지 전시회도 갖는다.
오늘날 대전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두고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계량측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중 초정밀 측정을 위한 센서기술은 실생활과 가상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의 기반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자율주행차 사업을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프라라고 볼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이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과 서울경제가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0월 수상자인 김정원(44·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기존의 고성능 거리 측정 센서기술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초고속·다기능성 센서기술을 개발해 주목된다. 피코미터(1조분의1m) 단위까지 물리 현상의 측정 가능성을 연 것이다.
이 센서기술을 활용하면 원자력발전소 등의 응력과 변형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지진파, 조수 변화, 마그마의 유동과 같은 환경 변화 탐지, 드론 등 저속·소형 비행체의 원격탐지도 가능하다. 첨단 소재·부품·장비 개발을 위한 초정밀 3차원 형상과 물체의 변형을 고속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그는 “펨토초(1,000조분의1m) 펄스 레이저와 마이크로파 전기 신호를 이용해 1㎝의 범위에 걸쳐 나노미터(10억분의1m)보다 작은 차이를 2만분의1초 안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서 레이저에서 발생한 빛 펄스와 광다이오드로 생성한 전류 펄스 사이의 시간 차가 100아토초(1경분의1초) 이하로 매우 작다는 것을 발견하고 한 번에 여러 지점을 동시 측정할 수 있는 초고속·초정밀·다기능 펄스비행시간(TOF·time-of-flight) 센서를 개발했다. 펄스비행시간은 규칙적인 파동인 빛 펄스가 측정 대상에 부딪혀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한 뒤 빛의 속도를 이용해 대상과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그의 연구 성과는 올 2월 네이처 포토닉스에 게재됐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지점·다기능성 복합 센서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현해 초정밀·고성능 측정기술을 개발한 것”이라며 “국내 반도체 검사장비에 응용하는 산학과제도 활발히 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마이크로 소자 내 역학현상 탐구나 첨단제조를 위한 초정밀 형상측정 등 기계·제조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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