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최초 5세대(5G) 스마트폰 ‘아이폰12’ 시리즈가 전세계적인 관심 속에 선보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밋밋하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 카메라 성능 등 전반적인 사양은 진화했지만 “혁신은 미약하다”는 평가가 대세다. 기대에 못 미친 신제품에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쾌재를 부를 듯 하지만 오히려 ‘신중모드’를 취하고 있다. 아이폰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워낙 높은데다, 탄탄한 ‘애플 생태계’ 속에서 이미 익숙해진 고객들을 끌어올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애플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시 애플파크에서 온라인 공개 행사를 열고 △아이폰12미니(5.4인치)△아이폰12(6.1인치)△아이폰12프로(6.1인치)△아이폰12프로맥스(6.7인치)를 공개했다.
아이폰12의 전반적 성능은 향상됐다. 애플 최초로 ‘5나노미터’ 공정 기술이 적용된 A14 바이오닉 칩셋을 탑재해 더욱 똑똑해졌다. 눈도 좋아졌다. 역대 아이폰 중 가장 빠른 조리개가 적용되어 저조도 환경에서 촬영이 개선됐고, ‘딥 퓨전’ 기술이 장착되어 사진의 디테일과 질감도 개선했다. 아이폰12 프로 시리즈에는 ‘라이다 스캐너’도 탑재했다. 라이다 스캐너는 빛이 물체에 닿았다가 반사돼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파악해 증강현실(AR)을 구현하는 데 사용된다. 5G가 필요 없는 작업 때 자동으로 4G로 전환되는 ‘스마트 데이터 모드’도 지원한다. 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사용한 슈퍼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아이폰11 시리즈에서는 프로와 프로맥스에만 이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디자인도 변화했다. 알루미늄 테두리 부분이 화면과 직각을 이루는 형태다. ‘깻잎 통조림’ 디자인으로 불렸던 아이폰4·아이폰5 디자인이 부활하는 것이다. 베젤은 전작보다 얇아졌다. 전면 디스플레이에 ‘세라믹 쉴드’를 장착해 전작보다 충격에 대한 저항 강도가 개선됐다.
다만 눈에 띄는 혁신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마트폰의 원조인 애플조차 바(Bar) 형태의 폼팩터에서 점진적 성능개선 외에 더는 진화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이 입증된 것이다. 5G의 초고속성과 초저지연성을 구현하는 밀리미터파(㎜Wave) 주파수 대역 통신도 미국 외 국가에서 출시되는 모델에서는 지원되지 않는다. 시장의 반응은 주가로 나타났다. 애플 주가는 공개행사 전날 6.35% 급등했지만, 막상 신제품이 공개되자 2.65% 하락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5G를 지원하고 카메라도 좋아졌지만 깜짝 놀랄만한 ‘와우(Wow) 포인트’나 히든카드가 없었다”며 “친환경을 고려해서 충전기와 유선 이어폰을 기본 구성에서 뺐다고 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업계가 애플의 다소 실망스러운 아이폰12 시리즈에 반색할 만도 하지만 실제 분위기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이폰 이용자들의 높은 브랜드 충성도 때문에는 혁신 여부와 관계없이 결국 안드로이드가 아닌 아이폰을 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선이어폰 ‘에어팟 프로’-태블릿 ‘아이패드’-스마트워치 ‘애플워치’ 등으로 연결되는 애플생태계가 국내 스마트폰 관련 기업들에 비해 강력해 고객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애플은 이번에 아이폰12 와 함께 새로운 무선충전 액세서리 ‘맥세이프’를 선보이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의 생태계가 촘촘해서 이용자를 묶어두는 락인(Lock in)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5G 스마트폰이 출시를 기다리던 아이폰 사용자의 소비가 폭발하는 펜트업(pent-up) 수요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태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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