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개미’로 불리는 해외주식 직구족들 사이에서 친환경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달 들어 미국에 상장된 친환경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규모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3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자 국내 투자자들도 ‘블루웨이브(민주당 압승)’ 베팅에 나서는 양상이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해외주식 순매수 결제규모 상위권에 친환경 관련주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종목이 태양열·풍력·수력발전, 바이오 연료 등 신재생 에너지 기업에 두루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글로벌 클린에너지 ETF(ICLN)’다. 이달 들어 14일까지 국내에서 총 2,194만달러(약 250억원) 규모로 순매수 결제됐다.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5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예탁원은 매수·매도·순매수 결제 규모가 상위 50위권에 오른 종목에 한해 관련 규모를 공개하는데 불과 이 종목은 한달 전만 해도 이에 속하지 못했다. 그만큼 국내 투자자들이 관심을 두지 않던 종목이지만 최근 그 추세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인베스코 솔라ETF(TAN)’도 641만달러(약 73억원) 순매수 결제됐다. TAN은 신재생 에너지 중 태양 에너지 기업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ETF이다.
이들 ETF가 포트폴리오로 꾸리는 종목을 직접 사들이는 행보도 이어진다. 이에 미국 주택용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1위 업체인 선런이 577만달러 순매수됐고 재생에너지 업체 넥스트에라 에너지는 455만달러 규모로 순매수 결제된 것으로 나타난다. 태양광 관련주인 솔라엣지·선파워 등도 원정 개미들의 매수 권역에 들어온 분위기다.
이 같은 동향은 미 대선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친환경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바이든 후보가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자 수혜주들로 부각하는 친환경 종목들을 국내 투자자들이 매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든은 태양광 패널을 500만개 이상 설치하는 등 신재생에너지로 미국 전력 수요를 점차 대체해나가겠다는 구상을 꺼내놓은 상태며 바이든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80%를 웃돈다는 예측 조사들이 나오고 있다.
성과도 고공행진이다. ICLN의 경우 최근 1개월간 수익률은 24.64%에 달한다. TAN 가격도 한 달간 33.02% 뛰었다. 선런의 경우 올해 초 주가가 10달러대에 있었는데 최근 8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조정을 받아 14일(현지 기준) 63.27달러를 기록했다. 김종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정치와 정책의 불확실성에 따라 증시의 강세가 제한되는 환경임에도 신재생 에너지 ETF는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선반영하며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미 월가에서는 이미 바이든의 승리를 점치는 동향들이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나타나는 중이다. 미 국채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은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반영돼 있다는 설명이다. 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대규모 추가 부양책을 집행할 경우 채권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다만 급변할 수 있는 대선 정국은 주의해야 할 변수라는 진단도 나온다. 즉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이들 종목을 끌어올렸기 때문에 반대의 상황이 올 경우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점도 매수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격전지에서는 양 후보가 초박빙이라는 조사도 있어 투자를 섣부르게 하는 건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