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주요 기업의 경영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 직전에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한화(000880)를 시작으로 삼성과 LG·현대자동차 등도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영환경에 맞설 채비에 서둘러 나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는 오는 19일부터 LG생활건강을 시작으로 한 달여 간 사업보고회를 실시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주재하는 사업보고회에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사업본부장만 참석해 소수정예로 진행된다. 이번 사업보고회에서는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디지털 전환과 함께 구 회장이 줄곧 강조해온 고객가치와 미래준비·실용주의라는 3대 키워드를 계열사별로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현장경영을 이어온 구 회장은 시장 상황과 고객의 목소리를 충실히 담아낼 수 있는 사업계획을 사장단에 주문할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 9월 LG유플러스가 서울 강남역 인근에 조성한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을, 6월과 4월에는 각각 서울 강서구 LG전자(066570) 베스트샵과 LG유플러스 논현 콜센터를 방문해 고객 접점을 점검하기도 했다.
자동차 시장 격변기에 신임 회장을 맞은 현대자동차그룹도 내년 사업계획 수립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전용플랫폼(E-GMP)과 전용 브랜드를 적용한 현대차의 아이오닉5 등 순수 전기차가 잇따라 출시될 예정인 만큼 전기차 진검승부 전략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내년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만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라며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의 흥행 여부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코나 전기차 화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정 회장에겐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현대차의 내연기관차 사업 또한 중요한 변곡점을 맞는다.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할 인도네시아 생산공장이 내년 말 준공된다. 현대차가 동남아에 처음 짓는 완성차 공장으로, 연 25만대 생산능력을 갖춰 지역 내 시장 공략 거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에 1조8,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첫 번째 사업연도라는 점에서 그룹 내 긴장감도 예년과 크게 다르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인 올 6월 코로나19로 해외 시장 수요가 급감하자 전 계열사에 올 하반기 사업계획을 다시 수립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당시 정 수석부회장이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글로벌 시장을 면밀하게 관찰하며 각 계열사에도 최신 상황을 반영한 사업계획 업데이트를 계속 주문했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다음달이 오기 전에 굵직한 경영 사항을 점검하는 등 본격적인 내년 준비에 들어갔다. 다만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만큼 임원인사가 내년 1월까지 밀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화그룹은 코로나19 시대에 선제 대응한다는 취지로 9월 말 추석 직전에 10개 제조 부문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단행했다. 이어 이르면 다음주께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내년도 사업수립과 관련해 내부 각 부서에 공지하고 협의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도 이르면 이달 말이나 11월에 임원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수민·박한신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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