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 문명을 이끌던 세력이 철기 시대에 맞춰 무기 체계와 전략을 바꾸지 않고 청동기 전략과 체계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경쟁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합니다.”
신우석 베인앤컴퍼니 서울사무소 파트너는 ‘디지털’이라는 전환기를 맞이한 금융권이 빅테크·핀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디지털기업이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과 같은 수준의 디지털화로는 문제점과 시행착오가 반복될 것이므로 기존 금융기관이 디지털 전환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디지털화의 시작은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고객경험 경쟁력 극대화’에서 시작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내부 업무 프로세스와 디지털 인프라를 재설계해야 하고 우리보다 앞서 디지털화 모델을 갖춘 해외 사례도 적극 수용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신 파트너는 빅테크·핀테크 기업에 맞서고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금융기관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디지털 비전·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고객경험 경쟁력 극대화에 목표에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로드맵을 세워야 하는데 그 중심에 ‘고객경험’이 있다는 것.
그는 “고객경험 중심으로 사업모델을 재편하는 것은 크게 3단계”라며 “시작점이 고객경험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고객이 우리 기관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며 “그것을 달성하는 데 금융기관이 어떻게 연계되는지를 파악해 고객의 경험을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혁신할지에 맞춰 업무 프로세스가 재정의되고 디지털 기술도 여기에 맞춰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통 금융기관의 디지털화는 이와 정반대로 가는 상황이다. 신 파트너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프로세스의 양상은 1, 2, 3으로 이어지는 단계가 아니라 3, 2, 1로 가는 모습을 쉽게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빅테크나 핀테크가 출시하는 서비스나 기술만 보고 ‘이걸 도입해야 하는 게 아닌가?’ ‘이걸 도입하려면 어떻게 프로세스를 바꿔야 하나’ ‘그러면 어떤 고객경험에 이걸 적용할 것인가?’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것이 여전히 공급자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챗봇이나 음성 기반의 인공지능(AI)을 들었다. 신 파트너는 “기존 고객을 만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담하는 어떤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고객 만족을 높일 수 있을지 접근해야 하는데 ‘이런 서비스를 많이 쓴다는데 우리는 어디에 쓸까?’라는 식으로 접근한다”고 꼬집었다. 이렇게 되면 “경쟁사의 행보에 따라 중구난방, 인위적으로 접근하게 되며 일관된 모델을 만들기 힘들다”며 “글로벌 금융사들은 빅테크나 핀테크가 도대체 어떻게 일을 하고 사업에 접근하는지, 하룻밤 사이에 새로운 서비스와 의미 있는 혁신을 만들어내는지 심도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의 사례도 소개했다. 신 파트너는 “대다수 글로벌 선도 금융기관은 온라인 사업을 대상으로 고객경험 중심 운영모델을 우선 도입했다”며 “이를 통해 확보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에 통합하고 확대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정보기술(IT) 경쟁력 확보를 위해 내부 역량 강화와 함께 외부 역량의 효과적 활용도 주문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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