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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밀리고 정치권에 치이고...흔들리는 官街

당에 정책 가져가면 누더기 만들고

국민이 반길 내용만 골라서 발표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공직사회 무기력증·눈치보기 극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한국은행·수출입은행·조폐공사 등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의 개입이 잦다 보니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정말 한정적입니다. 나서지 않는 게 낫습니다.”

정권 후반기 관료사회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여론에 밀리고 정치권에 치인 공무원의 무기력증이 계속 확산될 경우 국정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23일 세종시 관가는 최근 뇌경색으로 쓰러진 기획재정부 예산실 사무관 소식으로 술렁거렸다. 불과 2년 전에도 예산실 서기관이 예산안 심의에 대응하기 위해 국회에서 대기하다 뇌출혈로 쓰러진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예산실의 업무강도는 가히 살인적이다. 본예산에다 59년 만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며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최근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경제부처 관료는 “힘든 업무강도는 그나마 버티지만 청와대와 정치권의 압박은 ‘내가 왜 공무원이 됐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관료들을 가장 지치게 하는 것은 정치권이다. 당은 재정·부동산·금융세제·내수활성화 등 여론에 민감한 정책을 체리피킹(좋은 것만 골라내는 행위)하고 결과에 따른 비판과 책임은 관료들의 몫이다. 감사원의 원전 감사 결과에 공무원들이 흥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감사원이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실무자들의 징계를 요구하자 “정치적으로 결정된 것을 따랐을 뿐인데 번번이 아랫사람들만 덮어쓴다”며 “적극행정과 면책 강조가 무슨 소용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국회와 행정부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공무원에 대한 현 정부의 불신에 더해 지난 총선에서 거대 여당이 탄생하며 더 가팔라졌다. 지난 21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부처 장관들을 불러모아 개최한 ‘경제상황점검회의’가 대표적이다. 한국판 뉴딜도 당정 추진본부를 만들어 사실상 민주당이 어젠다를 쥐었다. 경제정책까지 당으로 가져가면 정책이 여론에 맞춰 춤을 추다가 누더기가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론이 들끓을 때 담당 국장이 의원실에 불려가는 일은 태반이다. 익명의 관계자는 “당에 정책 같은 걸 가져가면 빨간 펜으로 쓱쓱 그어서 막 빼라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정작 알맹이는 사라질 때가 많고, 또 좋은 건 (국회가) 발표해버리는 식”이라며 “이제는 청와대도 한발 빠지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꼬집었다.

올해 결정된 주요 생색이 나는 정책들은 상당수를 정치권에서 주도했다. 긴급재난지원금도 국회의 의지대로 100% 전 국민에게 지급했고 대학등록금 반환도 재정조달 방안은 외면한 채 나랏돈으로 하게끔 법이 개정됐다. 오는 2023년 도입되는 주식 양도소득세 공제한도를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한 것도 ‘동학개미’를 의식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이후였다. 이달 초 기재부가 발표한 재정준칙은 여당의 압박으로 늦어졌고 국회 통과도 불확실하다. 금현섭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여의도(정치권)의 힘이 커지고 행정부는 세종시로 옮겨가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우선은 관료사회에 대한 매니지먼트 측면에서 공무원들에게 국회에 가서 보고하라고 요구하는 것부터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하정연·황정원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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