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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결과 수주 걸릴수도”…트럼프·바이든 경합주서 엎치락뒤치락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사전투표소가 설치된 버지니아주 비엔나의 커뮤니티센터 앞에 사전 현장투표를 하려는 유권자들이 줄지어 서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상공회의소와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등 경제단체들이 “대선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일 또는 수주가 걸릴 수 있다”며 미국인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8개 경제단체들은 27일(현지시간) 공동성명에서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결과를 확정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모든 미국인들은 연방 및 주 법에 명시된 과정을 지지하고 미국의 오랜 전통인 평화롭고 공정한 선거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FT는 미국 재계가 이 같은 공동성명을 내놓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들 단체의 성명은 오는 11월3일 대선을 앞두고 사전투표 인원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대선 당일 투표 결과가 확정되지 않아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일 이후에도 투표용지가 계속 집계되는 것은 완전히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날 미 연방대법원은 경합주인 위스콘신의 우편투표 개표시한 연장 불가를 최종 확정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우편투표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 후보에게 불리한 판결이다. 또 다른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의 루체른 카운티는 새로 임명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우편투표 개표기한 연장 사건 심리에 참여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기피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대법원은 공화당이 제기한 펜실베이니아 우편투표 시한 연장 금지요청을 기각했지만 공화당은 이에 불복해 비슷한 내용의 소송을 다시 냈다.

월가 "블루웨이브 확률 60% 안팎···'현상 유지'가 차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 같은 핵심 경합주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바이든 후보 당선을 포함한 ‘블루웨이브’ 확률이 60% 안팎이라는 분석이 월가에서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1,200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웰링턴자산운용의 마이클 메데이로스 글로벌거시전략그룹 포트폴리오매니저는 27일(현지시간) 뉴욕 국제금융협의체 주최로 열린 ‘2020년 미국 대선 및 향후 시장 전망’ 온라인 세미나에서 “우리 예상은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략 65%의 확률로 바이든이 승리하며 비슷한 수치로 상원에서도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수 있다”며 “(공화당 우세지역인) 텍사스와 오하이오·조지아·아이오와에서 바이든이 트럼프 대통령과 경합하는 점은 그의 승리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주는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애리조나”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4개 주에서 모두 승리해야 가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경합주를 중심으로 빠르게 지지율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미 경제방송 CNBC의 분석도 비슷하다. 투자은행(IB) 레이먼드제임스의 보고서를 보면 블루웨이브 확률은 약 55%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고 공화당이 상원을 수성할 가능성은 약 30%다. CNBC는 “민주당이 2020년 선거를 싹쓸이하지 못할 경우 월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각각 백악관과 상원을 장악하며 현상유지를 하는 것을 차선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웜스프링스의 마운틴톱인앤드리조트에서 유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에 공화당 상원 시나리오는 10%다. 이 경우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공화당의 반대로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실제 여론조사만 보면 이 분석대로 될 가능성이 높다. CNBC가 이날 공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이 51%로 트럼프 대통령(40%)을 11%포인트 차로 앞선다. 이는 지난 6월의 9%포인트보다 더 벌어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부터의 여론조사 평균을 근거로 주요 경합주에서 바이든 후보의 리드폭을 △미시간 9%포인트 △위스콘신 8%포인트 △펜실베이니아 7%포인트 △애리조나 5%포인트 △플로리다 1%포인트 등으로 봤다. 현재 사전투표(우편투표+조기 현장투표)에 참여한 이들만 6,900만명으로 2016년 대선 전체 투표인원의 절반을 넘기 때문에 부동층이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 후보가 여유 있게 앞서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세를 보였던 교외지역 여성과 농부들의 표심도 파고들고 있다.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은 1992년 이래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적 없는 조지아주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의 공포를 이용하고 정치적 이득을 위해 오래된 상처를 할퀴는 돌팔이”라며 “그는 사기꾼이며 위선적인 대중영합주의자”라고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에플리에어필드 유세장에서 청중에게 연설하고 있다./AP연합뉴스




다만 선거 예상 확률에서도 나타나듯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과 위스콘신·네브래스카를 잇달아 방문했다. 그는 미시간 유세에서 “우리가 거의 모든 곳에서 앞서고 있다”며 “이번 선거는 트럼프의 슈퍼 회복과 바이든의 우울증 간의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막판 변수도 적지 않다.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는 무장한 흑인 남성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소요가 벌어지면서 주방위군이 급파됐다. 폭력사태에 백인들의 표심이 어디로 움직일지가 관건이다.

연방대법원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CNN은 “보수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을 대법원에 앉힌 공화당이 펜실베이니아주 우편투표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재검토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법원은 또 위스콘신에서 선거일 엿새 후까지 접수된 우편투표 용지까지 개표를 인정한다는 지방법원 판결에 대해 효력을 정지한 항소법원의 결정을 재고해달라는 민주당의 시도를 기각했다.

최대 경합주 플로리다서 트럼프 평균 지지율 첫 역전
미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플로리다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평균 지지율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를 처음으로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미 선거분석 웹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 집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플로리다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평균 지지율은 48.2%로 47.8%를 기록한 바이든 후보에게 0.4%포인트 차로 앞섰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한 올 하반기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에서 바이든 후보를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7일에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4.1%로 바이든 후보(48.6%)에게 4.5%포인트나 뒤진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고작 0.4%포인트 차로 지지율 역전에 성공한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RCP 집계에 인용된 여론조사 5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앞선 조사는 2개에 불과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우위를 보인 여론조사들은 표본이 1,000명 미만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주요 6대 경합주 가운데 최대 선거인단(29명)이 걸린 플로리다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지지율 역전이 초래할 파장도 적잖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선캠프가 플로리다와 함께 가장 공을 들이는 주는 펜실베이니아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펜실베이니아를 찾아 남편을 위한 첫 단독유세에 나섰다. 멜라니아 여사는 연단에 올라 남편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을 당시 국민이 보내준 지지와 사랑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환자로서, 또한 걱정하는 엄마이자 아내로서 코로나19의 직접적 여파를 경험했다”며 코로나19로 고통받고 가족과 지인을 잃은 이들에 대한 공감과 지지를 표현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을 옹호했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27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아울러 멜라니아 여사는 미국이 코로나19를 결국 이겨낼 것이라며 “도널드는 전사다. 그는 이 나라를 사랑하고 여러분을 위해 매일매일 싸운다”고 치켜세웠다. 또 “바이든 후보의 정책과 사회주의 어젠다는 오로지 미국을 파괴하기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방송 편성을 문제 삼아 폭스뉴스를 저격했다. 그는 “폭스뉴스를 봤더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온종일 방송에 내보내고 있었다”며 “슬리피 조(바이든 후보) 역시 계속 방송에 나왔다”고 꼬집었다. 대선 직전 막판 여론전을 위해 다른 언론매체와 비교해 트럼프 대통령을 우호적으로 다뤘다는 평가를 받아온 우파 성향의 폭스뉴스를 상대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노희영·김기혁기자 뉴욕=김영필특파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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