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두고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세금 회피를 위해 연말에 대량 매도 물량이 나오면 금융시장에 혼란만 가중된다며 현행 기준을 2023년까지 2년간 유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정해진 일정대로 내년 4월부터 3억원으로 기준을 낮춰 과세 대상을 넓히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정이 절충안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야당이 법 개정안을 통해 10억원 기준을 2년간 유예하겠다고 나선 상황이어서 머지 않아 나올 국민청원 답변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당정협의를 통해 최종 결론 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는 내부적으로 내년 초까지를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어 아직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1일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주식 보유액 기준이 내년부터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진다. 올해 연말 기준으로 특정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는 내년 4월부터 이 종목을 매도해 수익을 내면 22∼33%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내야 한다.
민주당은 대주주 요건 완화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기재부에 올해 안에 시행령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3년부터 주식 양도차익에 전면 과세가 이뤄지는데 그 전에 기준 변경으로 시장에 불필요한 충격을 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3억원 완화 기준을 2년간 유예하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당 일각에서는 과세 기준선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완화하는 절충안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 10억원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기재부는 대주주 기준 강화 일정은 2018년에 개정된 시행령에 이미 반영된 만큼 정책의 일관성, 과세 형평성을 고려할 때 더는 수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과세 대상이 전체 주식 투자자의 1.5%에 불과한 만큼 시장이 우려하는 정도로 일반 주주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설명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의 입장은 변함없이 그대로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현대판 연좌제’라는 비판에 가족 합산을 개인별로 바꾸는 수정안으로 입법예고를 준비하고 있다.
소위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연말에 세금을 피하고자 매도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주가 폭락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기재부는 연말 기준으로 특정 종목을 3억원 이상 갖고 있더라도 내년 4월 이전에만 팔면 대주주 양도세 적용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을 바꾸지 않는 상태다.
이에 따라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과 이번주부터 시작되는 조세소위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주목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씀TV’에 출연해 “며칠 안에 곧 결과를 여러분이 듣게 될 것이다. 방향은 걱정 안 해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청원 답변에서 대주주 3억원에 대한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21만6,844명의 동의를 받아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답변 시한은 11월 2일이다.
또 국민의힘 소속 추경호 의원 등 16명이 공동발의한 개정안은 대주주 요건을 상위법령인 소득세법에 명시하고, 주식 보유 금액 기준을 10억원으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같은 당 류성걸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 역시 같은 취지를 담았다. 두 법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로, 이달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당정이 의견 합치를 보지 못하면 야당이 마련한 법안을 바탕으로 주식 양도세 완화안을 국회에서 논의해야 해 결국 당정협의를 통한 결론에 이를 가능성도 크다는 해석도 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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