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내년 6월과 12월 이용기간이 종료되는 3G·LTE 주파수 재할당 대가산정과 관련 ‘재경매’ 카드까지 꺼내 들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현실적이지 못한 정부의 주파수 재할당 대가 계산 방식에 “차라리 경매를 다시 하라”고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1~2조원대를 예상하는 이통사와 4~5조원대의 재할당 대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와의 입장차가 줄어들지 않자 일종의 극약처방을 내놓은 셈이다. 다만 이통사들이 과거 경매 낙찰가를 배제하자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과거 경매대가의 최대 50% 이하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내 막판 정부와의 입장차를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4일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이통 3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정부 재할당 대가 산정방향에 대한 이통3사 의견’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오는 5일 열리는 주파수 재할당 관련 연구반 최종회의를 앞두고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의견서에는 기존 이통사들이 주장하던 내용 들이 그대로 담겼지만 마지막 회의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례적인 제안도 담겼다.
이통사들은 의견서에서 “신규할당과 달리 경쟁적 수요가 없고 기존 이용자 보호가 목적인 재할당 주파수에 대한 대가를 과거 경매가 그대로 기준치로 사용해 산정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의 산정방식에 대해 ‘정책 일관성 및 예측가능성’, ‘위법성 논란’ 등 수차례 문제점을 건의했지만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통사들은 재할당 신청이 임박한 상항인 만큼 “정부가 업계의 건의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현시점에서 전체 재할당 주파수에 대해 차라리 다시 경매를 하자”고 정부에 제안을 했다. 주파수 할당대가 산정과 관련해 정부와 사업자의 부담이 모두 큰 만큼 시장에서 다시 현실성 있는 가치를 다시 결정하자는 메시지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통사들은 5일 열린 마지막 연구반 회의에 이 같은 내용을 제안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통사들의 이러한 이례적인 으름장에도 실제 재경매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재경매 보다는 정부의 재할당 계산방식에 대한 업계의 반발을 담은 상징적인 의미라는 분석이다. 이통사 입장에서도 현재 사업자별로 할당 된 주파수를 그대로 원하고 있어 경매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이통사들의 메시지는 경매를 실제로 다시 하자라는 것 보다 주파수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현실적 수준으로 맞춰달라는 목소리”라며 “정부가 주장하는 과거 경매대가 100% 반영이 아닌 지난 2016년 재할당 당시처럼 과거 경매대가의 50% 반영 수준이 합리적이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통사들은 최종 의견서에서 “법정산식을 기반으로 과거 경매대가를 고려할 때 LTE 시장 축소 등 경제적 차이에 따라 신규 주파수 반영 기준(약 50%) 보다는 낮게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적시했다. 기존 과거 경매대가 반영 불가라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제안이다. 업계는 그 동안 주파수 재할당 대가는 1조6,000억원이 적정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번 최종 의견서에 경매대가 50% 이하는 수용할 수 있다고 입장을 선회, 최대 2조8,000억원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가 ‘중기사업계획(2020~2024년)의 중기 수입전망치’에 명시한 최대 4조7,000억원과의 차이가 기존 3조원에서 2조원 가량으로 좁혀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재할당은 반드시 법정 산식에 따라 산정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16년 재할당 당시 기준과 주파수의 현실적 경제적 가치를 반영해 이 같은 제안을 하게 된 것”이라며 “정부가 경매가격을 그대로 반영한다면 당초 고려한 주파수의 가치와 괴리가 상당해 향후 통신사의 중장기 계획에도 차질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최대 1조2,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만큼 정부도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기정통부 측은 이에 대해 “이통사들이 연구반 마지막 회의를 앞두고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면서도 “연구반 최종 회의에서 이통사들이 제시한 의견과 입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반영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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