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며 4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져 한국 경제 역시 일대 변화를 맞게 됐다. 바이든 정부는 다자체제 복원과 기후위기 대응 등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는 전혀 다른 정책들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은 ‘바이든 시대’를 맞아 한국 경제와 산업에 어떤 변화가 생기고, 대응 방안은 무엇인지 경제 싱크탱크 수장들의 진단과 조언을 들어봤다.
[통상·수출]
연구원장들은 ‘바이든 정부 출범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로 글로벌 통상 환경을 꼽는 데 이견이 없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정부가 배척했던 다자체제를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해 미국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재추진할 수 있다. 정부는 중국이 주도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그간 공을 들였는데 통상 정책에 일대 전환이 필요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유무역 기조가 다시 힘을 얻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수출 동력은 일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장은 “트럼프 정부에 비해 보호 무역 완화로 세계 무역 시장의 불확실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다만 수출 회복은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와 더 큰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중국 견제를 공언해온 만큼 미중 무역분쟁은 바이든 시대에도 ‘상수’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손상호 금융연구원장은 “바이든이 내세운 것은 망가진 다자체제의 복원이지 보호 무역을 버리겠다는 것이 아니고, 특히 중국에 대한 견제는 오히려 강화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거시경제]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달러 약세, 원화 강세’ 기조에 힘이 실린다. 바이든 당선인이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를 부양하려 향후 4년 동안 2조2,000억달러(약 2,477조원)를 풀겠다고 공약해 달러화는 더욱 넘쳐날 수밖에 없어서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1,120원대인 원·달러 환율이 달러 약세로 1,100원대가 깨질 수도 있다”며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상존한다”고 짚었다.
국내외 금융 시장은 당분간 변동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손 원장은 “미중 관계의 향방과 통상 환경 변화 등은 금융 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도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김영민 원장은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하면 경기 부양책이 신속하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정부가 글로벌 무역 확대에 호의적이어서 트럼프 정부 시절보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에는 신중하게 접근했다. 트럼프 정부가 신설하거나 올린 수입 관세를 바이든 정부가 즉각 철폐 또는 인하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에너지]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기간에 ‘청정에너지·인프라 계획’을 강조해 향후 산업 및 에너지 정책이 크게 바뀌는 데 대한 대비도 연구원장들은 주문했다. 이 원장은 “바이든 당선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관심이 매우 커질 것”이라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이행 중인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정부와 재계의 관심을 촉구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셰일가스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여 원유 공급이 감소해 단기적으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아울러 수출입 상품에 대해 환경·노동 기준을 높이기로 한 것도 국내 기업의 수출과 시장 확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각 국가 간 태양광, 풍력, 전기차 개발과 경쟁력 수준이 달라 친환경 확대는 국제 에너지 권력의 이동을 촉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조양준·김우보·하정연기자 조지원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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