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은 물론 전국 주택의 전세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보증금이 매매가를 추월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하지만 KB시세보다 전세보증금이 높으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가입할 수조차 없다. 일부 세입자들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높은 전셋값을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반환을 책임지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상품의 경우 해당 주택의 전세보증금이 KB시세 또는 한국감정원 시세의 일반 평균가격을 초과할 경우 가입이 불가능하다. 감정원 시세는 대체로 KB시세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KB시세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을 위한 최소 기준인 셈이다.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전세계약 종료 후 집주인 사정 등으로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경우 HUG가 반환을 책임지는 상품이다. 최근 전세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해지면서 세입자들의 가입이 일반화되는 추세다.
HUG의 방침은 담보물인 주택의 매매가치가 전셋값보다 낮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매매거래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KB시세의 경우 실거래 가격을 토대로 주변 중개업소 확인을 거쳐 산정되는데, 가까운 기간 내 매매거래가 없어 최근 시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전세가격과 역전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보증 가입을 거절당했다는 세입자들의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경제가 파악한 결과 소형 단지에서 이 같은 사례가 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 중랑구 망우동 ‘중랑해모로’ 전용 137㎡의 경우 네이버부동산 기준으로 현재 유일한 전세매물이 6억5,000만원에 올라와 있다. 이 단지의 같은 평형 KB시세 일반 평균가는 6억4,500만원으로 전세 호가보다 500만원이 더 낮다. 해당 평형의 매매 최고가 거래는 지난 2월 기록된 6억원이다. 최근 호가는 8억원 수준까지 올랐지만 실거래가 없다 보니 KB시세가 낮게 책정된 것이다.
경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견된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신원마을 1단지’ 전용 64㎡는 유일한 전세매물 호가가 5억원인 반면 KB시세 일반 평균가는 4억8,500만원으로 1,500만원의 역전이 발생했다. 의정부시 호원동 ‘우남1차’ 전용 84㎡ 또한 전세 호가는 3억500만원인데 KB시세는 2억9,000만원에 불과하다.
이들 단지는 최근 전세난으로 전세 호가가 기존 최고가에 비해 5,000만~1억5,000만원씩 뛰었다. 매물이 없어 높아진 전세가격을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전세금 반환보증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 세입자들은 보증 가입을 위해 전세 일부를 월세로 돌려 보증금을 낮추는 ‘자발적 월세 전환’까지 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만 HUG는 별다른 구제방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HUG의 한 관계자는 “매매가가 물건의 가치인데, 상식적으로 전세가격이 더 높은 것은 성립하기 어렵지 않겠나”라며 “KB시세와 감정원 시세를 넘어서는 전세보증금의 경우 현재로서는 가입이 어렵다”고 말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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