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번 인수가 확정될 경우 항공업계에는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가 합쳐지면 매출 규모가 20조원에 육박하는 세계 10위권의 국적항공사가 탄생한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는 ‘메가급’ 항공사가 탄생하며 상대적으로 다른 항공사의 생존이 어려워져 구조 개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품는다면 가장 유력한 방식은 ‘현대·기아차’ 모델이다. 이는 인수합병(M&A) 이후에도 각 회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대형항공사로 하나의 회사로 합병하기에는 인력 감축 등에 따라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임직원 수는 지난 상반기 기준 각각 1만8,681명, 9,079명이다. 그러나 두 항공사는 장거리와 단거리 등에서 겹치는 노선이 많은 탓에 ‘점진적으로’ 하나의 회사로 통합되는 결과를 도출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돼 비수익 노선이 늘어날 뿐 아니라 인력과 항공기 자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고정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회사가 합병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국내선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국내선의 경우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은 각각 22.9%, 19.3%로 합병 이후에는 42.2% 수준이지만, 자회사 LCC까지 포함한다면 62.5%까지 늘어난다.
공정위는 전체 공급량 중 50% 이상을 차지할 경우 독과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회사 LCC인 진에어(272450)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298690)·에어서울은 계열사 간 통폐합이나 분리 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LCC의 특성상 대부분의 노선이 겹칠 뿐 아니라 일본 불매운동에 이어 코로나19로 영업 환경이 악화돼 ‘치킨게임’에 돌입, 독자생존이 어려운 상태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은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에 운영자금을 받아 고정비 일부를 해결하고 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에어서울이 정리될 경우 나머지 LCC에까지도 그 여파가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항공시장은 다른 국가 대비 항공사들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작은 규모의 시장을 많은 플레이어가 공유하다 보니 최근에는 가격 경쟁으로 이어져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다른 국가 중 국적 항공사가 2곳 이상인 데는 일본·중국·미국 3곳뿐이다. LCC 역시 국내는 7곳으로 미국 9곳, 면적과 인구수가 국내보다 많은 일본 8곳, 독일 5곳, 캐나다 4곳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많다. 국내 LCC 중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곳은 제주항공(089590)에 불과하다. 티웨이항공(091810)은 자금난을 겪고 있으며, 이스타항공 역시 매각에 실패하며 법정관리나 청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신생 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은 경영난으로 임원진 사퇴, 직원 무급 휴직 등을 시행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공사 난립은 정부의 정책 실패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까지 9곳의 LCC에 항공 운송 면허를 부여했다. 세계 최다 LCC 보유국이 된 셈이다. 정부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리겠다는 목표 아래 면허를 줬지만, 한정된 국내 항공 수요를 감안한다면 과도한 측면이라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특히 일부 신생 항공사는 지방 공항 활성화를 이유로 면허를 줬으나 항공 수요가 크지 않다 보니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노선 쏠림 현상을 유발, 과당경쟁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잉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항공업계 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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