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인 치과용품 제조업체 대표의 최근 일과는 원달러 환율 확인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막혔던 수출이 최근 살아날 기미를 보이다가 환율 하락이란 예상하지 못한 악재를 만나 근심이 늘었다고 한다. 이 회사 대표는 “이렇게 많이 (환율이) 떨어질 줄 몰랐다”며 “수출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게 반감된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코로나19 탓에 수출길이 막힌 수출 중소기업이 환율 하락이란 이중고에 맞닥뜨렸다. 중기 10곳 중 6곳꼴로 환율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상당수 기업은 환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않고 있다.
15일 중소기업중앙회가 5~9일 수출 중기 308곳을 대상으로 최근 환율하락 영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2.3%는 “환율 하락으로 수익성(채산성)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환율이 하락하면 가격경쟁력도 낮아지는 탓에 수출기업 입장에선 비상이다.
이들 기업이 수출 목표(영업이익)를 달성하기 위해 적정하다고 판단한 환율은 달러당 1,181원, 영업손실 마지노선은 1,118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9~13일 평균 환율은 1,114.5원으로 더 낮게 형성됐다.
환율은 수출 기업의 리스크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기업은 환율 변동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환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한다’고 답한 기업은 30.8%로 나타났다. 그나마 관리에 나선 기업들의 방안도 46.8%는 ‘수출단가 조정’, 26.6%는 ‘원가 절감’, 13%는 ‘대금결제일 조정’이라고 답했다. 환변동보험(6.2%)이나 선물환거래(4.5%)를 가입해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기업은 전체 기업의 10% 수준에 머물렀다.
기업들은 환율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인식했다. 정부 정책에 대해 70.8%는 ‘안정적 환율 운용’을 꼽았다. 이어 ‘수출 관련 금융 및 보증 지원’(34.4%), ‘환변동 보험 확대’(9.7%)가 뒤를 이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환율 하락에 따른 기업이 입는 악영향은 내년이 더 걱정”이라며 “수출업체는 올해 수출 단가를 올려야하기 때문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출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정부가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신호를 기업에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며 “최소 1,100원선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환 중기중앙회 국제통상부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주요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원화 강세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기업들의 수출확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양종곤·이재명 기자 ggm11@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