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해외기업의 상표 도용으로 피해를 입는 국내 기업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5일 특허청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아세안 10개국 등 15개국이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맺고 상표나 특허, 디자인, 부정경제 분야 등 83개 지식재산권 보호 조항을 신설해 잘 이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표 조항을 보면 협약국이 다른 협약국 내 기업의 상표를 악의적으로 도용한 경우를 적발하면, 상표 출원을 거절하고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또 국산 제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가명을 사용해 원산지를 오인하게 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타 국가에서 이뤄지는 지재권 위반 행위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생긴 것이다. 협정을 통해 15개 협정국간 지재권 정보를 더 쉽게 교류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된다.
이 협정이 잘 지켜진다면 국내 기업은 세계 무역의 28.7%(5.4조달러)를 차지하는 15개에서 지재권을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게 특허청의 설명이다.
그동안 국내 기업은 동남아, 중국에서 상표와 디자인 베끼기에 시달려왔다. 한류가 확산되면서 기업이 입는 피해는 더 커졌다. 특허청이 파악한 올해 1~8월 중국에서 국내 기업 상표를 도용한 사례는 2,391건이다. 지난해 1,486건에서 1,000건 가까이 급증했다. 국내 유명 외식업체인 ‘이화수 육개장’, ‘호식이 두마리 치킨’의 경우 한글 문구까지 그대로 도용됐다. 최근 5년간 국내 기업이 입은 피해는 최소 326억원으로 추정됐다. 전체 상표 무단 선점 의심건수가 아닌 상표브로커에 선점된 상표만을 대상으로 피해 금액을 산출해 실제 기업이 입는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뿐만 아니라 올해 베트남과 태국에서도 각각 246건, 583건 도용사례가 적발됐다. 각 협정국은 내년부터 협정 이행을 위한 국회 비준과 발효절차에 돌입한다. 정연우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국내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아세안에서 한국과 유사한 지재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첫 단추가 끼워졌다”며 “각 국이 협정을 조속히 시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이날 RCEP 체결이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시장 확대와 다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용석 중기부 글로벌성장정책관은 “(RCEP에 참여한) 아세안은 자동차·부품·철강 등 우리나라 핵심 품목뿐만 아니라 섬유·기계 부품 등 국내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가진 품목도 추가로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며 “게임이나 영화 등 서비스 시장도 큰 폭으로 개방해 한류를 활용한 서비스 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RCEP 체결로 대상 국가에서 원산지 기준이 통합되고 원산지 증명 절차가 개선돼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길에 적잖은 도움이 되리라는 관측이다. RCEP 협정에는 ‘중소기업 분야’도 포함돼 중소기업이 경제성장·고용·혁신에 기여함을 인정하고, 참여국 중소기업 간 정보 공유와 협력을 증진하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초대형 FTA 체결은 우리 중소기업에 큰 기회인 반면, 값싼 외국산 제품 수입이 늘어나면 내수 위주의 중소기업은 일정 부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은 “‘굴뚝 산업’으로 불리는 전통 제조업은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와 디지털화가 맞물려 어려움을 겪는 중”이라며 “대형 FTA 체결로 내수 위주 중소기업은 위축되고 글로벌화된 중소기업은 살아남는 등 중소기업계 내부에서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RCEP을 통해 일본과 최초로 FTA를 맺게 된 점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중기부 관계자는 “아세안과 달리 일본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기술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자동차와 기계 등 우리 산업에 민감한 품목은 모두 양허 대상에서제외하는 등 국익에 맞게 협의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와 긴밀히 협조해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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