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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차명약국' 가담한 한진 계열사 대표 징역…재판부는 조양호 작심언급

지난 2018년 조 회장과 함께 기소

조 회장은 사망으로 공소기각됐지만

재판부 "오랜 적폐…엄정 대처해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진그룹 사옥 전경. /연합뉴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공모해 사기와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한진그룹 계열사 대표에게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됐다. 해당 대표는 조 회장이 차명약국을 개설해 수익금을 가로채는 과정에서 공범 역할을 하고 나아가 조 회장 일가의 재산을 부당하게 불려준 혐의를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정석기업 대표 원모씨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의 부동산 등을 관리하는 비상장 계열사다.

재판부는 “망인(고 조양호 회장)은 한진그룹 회장이자 인하대병원 재단 이사장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피고인을 통해 약국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하면서 이에 따른 수익금을 매년 받았다”며 “피고인들의 무자격 약국 개설로 (조 회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편취한 요양급여 액수만 1,522억원에 이른다”며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씨의 배임 혐의도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원씨가 조 회장 자녀인 현아·원태·현민씨가 보유하던 정석기업 주식을 비싸게 사들이는 등 재산상 이득을 취하게 하고 같은 액수만큼 정석기업에 손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씨가 조 회장과 공모해 납품업체들에게 항공기 장비, 기내 면세품을 사들일 때 부당하게 중개 수수료를 챙긴 혐의는 “범죄 증명이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018년 10월 원씨와 함께 기소된 조 회장은 지난해 미국에서 사망해 공소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선고에서 조 회장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재판부는 “자산이 많은 사람이 법적 규제를 피하려고 차명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이를 통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것은 오랜 적폐 중 하나”라며 “약국 무자격 개설 사건의 경우 엄청난 자금력을 가진 기업가인 망인이 피고인 원씨를 통해 약국을 개설하고 오랫동안 영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행위에 엄정히 대처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규정한 규제가 실효성이 없게 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조 회장, 원씨와 함께 차명으로 약국을 운영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기소된 약사 이모씨와 남편 류모씨 등 2명에게도 각각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 징역 3년이 선고됐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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